[기자수첩]소니의 `와신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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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부동산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보다 앞서 소니는 5000명가량의 직원을 내보낸 데 이어 오프라인 스토어와 ‘바이오’ 브랜드로 유명했던 PC 사업도 접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소니의 ‘파이널 판타지(소니 콘솔게임 이름)’는 이대로라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그런데 소니가 정말 ‘지는 해’일까. 최근 방송업계 화두인 ‘UHD방송’ 시장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HD방송도 제대로 못하는데 무슨 UHD방송인가요. UHD 장비는 죄다 일제예요. 결국 일본 좋은 일 시키자는 건데, 담당 정부부처에 찾아가서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하네요.”

최근 만난 한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UHD 방송’ 이야기가 나오자 핏대를 세웠다. 국내 케이블TV 업계는 최근 UHD방송을 상용화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단데다 모처럼 일본을 앞섰다는 찬사가 쏟아진 터였다.

그의 요지는 이랬다. 방송을 위해 무조건 사야하는 천문학적 액수의 UHD 장비는 모두 소니 제품이다. 국산 장비, 콘텐츠 등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에서 정부가 대기업 말만 듣고 무리하게 강행했다. 또 UHD 방송을 만드느라 초기 투자하는 3~4년간 8K방송이 상용화 돼 그간의 투자와 노력은 허사가 되고 국내 방송가의 소니 종속 현상만 더욱 심해질 거라는 말이다.

업계는 UHD 방송이 자리 잡는 시점이 2017~2019년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일본은 8K방송을 시작한다.

또 8K TV세트 시장도 소니가 밀려 주리란 보장은 없다. 일본은 이미 2012년 8K 시험방송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 소니가 있다. 풀HD TV에서 한국에 뒤쳐졌다한들, 10년이 넘게 정부 정책 지원을 기반으로 기초부터 탄탄히 쌓아갈 일본에게 8K 주도권이 주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우리나라만큼 ‘세계 최초’ 타이틀에 쉽게 매료되는 나라가 또 있을까. 기술 선도도 중요하지만 산업 인프라를 아우를 기본기가 없으면 모래 위에 지은 집일 따름이다. 제조사 뿐 아니라 국산 장비업체와 방송사가 상생할 수 있는 정책적 아이디어도 시급하다. 소니의 ‘와신상담’이 정말 끝나가는 것일까.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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