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IP)이 창조경제 시대를 이끌어갈 핵심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우리 사법제도의 보호 체계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자신문과 지식재산서비스협회가 지난 25일 공동 주최한 ‘IP리더스포럼(회장 백만기)’ 정례회에 기조 발제자로 참석한 한승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은 “IP와 사법을 연결해 더 큰 차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자리에서 한 실장은 ‘사법정책의 현안’을 주제로 사법계가 최근 고민하고 있는 ‘재판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에 대해 발표했다. 참석한 30여명의 IP전문가는 IP 관련 사법제도의 개선점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과 건의를 내왔다.
김길해 테크비아이 대표는 지난 2000년 이긍해 한국항공대 교수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낸 ‘한영 자동전환 특허’ 침해소송을 예로 들며, “현행 특허소송 제도가 개인발명가나 소규모 벤처 등 경제적 약자가 감내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소송은 2011년 최종 패소판결이 나올 때까지 11년간 30여건의 심·판결이 이뤄졌고, 서울고법과 특허법원 판결이 엇갈렸던 사안이었다. 그러나 당시 대법원은 ‘심리 불속행’으로 결론을 냈다.
김 대표는 “특허권자가 특허제도를 믿고 ‘골리앗’과 싸웠지만 10년 넘게 이어진 싸움 속에 기존 국내 기업으로부터 받던 기술료 계약까지 깨졌다”면서 “특허무효는 모면했지만 수익이 없어져 특허유지료만 납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이 같은 국내 특허소송에 대한 개선 의견으로 △전문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 보장 △전문성 있는 대리인의 조력(특허변호사제 등) △IP침해소송 입증체계 개선을 통한 소송기간 단축 △손해배상액 현실화 △특허소송 판결문 공개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특허 무단침해 실시로 얻는 이익이 손해배상으로 지불하는 비용보다 커 지식재산권 전반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외에도 개인발명가나 소규모 벤처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장기간의 소송 처리기간 등 불합리한 사안도 개선과 교수, 학자 등 객관적 주체에 의한 지속적 분석·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건의 등이 있었다.
한 실장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IP허브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우리 특허제도가 창업·중소·벤처기업에 친화적으로 발전하길 바란다”며 “제안된 업계 의견을 잘 수렴해 앞으로 법·제도 개선에 참고하겠다”고 마무리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