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스토리]<67>EBS 현직 PD가 말하는 진정한 인재란?

방송사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PD는 가장 선호도가 높은 직군이다. 하지만 취업문이 좁아 지원자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 펀미디어는 ‘다큐프라임’을 제작했던 EBS 현직 PD인 김민태 프로듀서를 만나고 왔다. 김 PD는 ‘일생의 일’ ‘아이의 자존감’ 등 책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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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김민태 PD

김PD는 PD 인재상에 대해 묻자 “나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일을 하면서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라며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인재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내가 인재가 될 수 있는가”에서 생각을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생에게 한 축사를 언급하면서 “PD가 되고 싶으면 다음의 인재상 세 가지를 반드시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통섭적 사고’ ‘높은 자존감’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다.

◇통섭적 사고를 하라

스티브 잡스는 대학 시절 자신의 전공과 연관이 없는 서체 강의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런 것들은 나중에 숙성기간을 거쳐 자신만의 강점이 만들어지는 기반이 된다. 그 기반은 인문학에서 찾을 수 있다. 인문학의 정의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그 본질은 인간의 조건을 탐구하는 것이다. 인간은 언제 즐거워하고 만족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결국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을 하는 것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통섭적 사고를 대학시절 때 해야 한다. 특히 통섭을 하려면 머리를 비우고 놀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뿐만 아니라 수다도 놀이가 될 수 있고, 당구, 노래방 등 다양한 놀이활동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

◇자존감을 높여라

스티브 잡스는 매출 하락과 독선적 경영방식 때문에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잡스는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아이폰을 만들었다. 자존감은 자존심과 정반대의 말이다. 시험기간 전날 밤을 새우고, 마치 다음날 공부를 하나도 안 한 척 하는 것은 자존심이다. 그 심리 기저에는 자기가 똑똑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터놓을 수 없고 개방할 수 없다. 통섭이 안 되고 결국에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을 불편하게 여긴다.

이와 달리 자존감은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자기를 사랑하고, 숨길 게 없는 것을 말한다. 자존감의 핵심은 다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나는 사랑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과 느낌이다. 두 번째로 나는 유능한 사람이라는 생각이나 느낌이다. 이는 ‘나는 유능해, 그런데 저 사람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면 더 좋으니까 이걸 하자’식의 개방된 사고를 가능하게 만든다. 혹은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도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도와준다. 좋은 피드백을 받고 얼마든지 물어 볼 수 있다. 스스로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도 배울 점이 있으면 본받고 배우는 개방적 자세가 필요하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내가 내일 만약 죽는다면?’ 진지하게 죽음을 생각해보는 것도 정말로 원하는 것을 찾는 한 방법이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도 아팠기 때문에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즐거운지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실제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자존감이나 통섭적 사고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사회는 계속 변화한다. 대기업도 채용을 계속 변화시킨다. 이런 기본적 조건만 결정되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책과 사람을 통해 방법을 찾아나가게 된다.

-김민태 PD가 생각하는 ‘PD’란.

▲우리나라에서 방송 PD는 ‘프로듀서(Producer)’와 ‘디렉터(Director)’가 합쳐진 말이다. 디렉터는 제작·연출을 하는데 프리랜서화, 외주화가 진전되고 있다. 프로듀서는 전체 콘셉트를 잡고 기획을 해서 그것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일을 한다.

-프로듀서와 디렉터의 차이는 무엇인가.

▲PD가 되고 싶으면 나는 어느 쪽인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디렉터는 아티스트 쪽이라 할 수 있다. 한 프레임, 한 컷을 어떻게 하면 잘 찍지? 이런 것이 맞는다면 디렉터이고, 프로듀서는 기획이기 때문에 통찰력이 필요하다. 대인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아야 한다.

-그렇다면 PD의 단점은 어떤 게 있나.

▲아무래도 근무강도 문제다. 프로그램마다 차이가 있지만, 야근이 잦다. 또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프로젝트성 업무기 때문에 업무강도가 세다. 또 섭외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 문제다. 특정 프로그램은 섭외가 그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결정짓기 때문에 섭외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게 사람에 따라서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EBS에서 PD로 들어오는 신입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2년에 8명 정도 채용하는 편이다.

-최근 신입사원들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포인트라고 하면 스토리다. 어떤 하나의 그림, 즉 PD가 되기 위해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면접에서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합숙평가에서는 이 부분이 더욱 중요해진다. 스토리 맥락에 맞지 않는다면 그 경험은 차라리 빼는 게 낫다. 오히려 안 좋은 평가가 될 수 있다.

-EBS 기업문화 혹은 근무 분위기는 어떤가.

▲EBS는 공영방송이라 보편서비스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타 방송사와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실적, 수익 압박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머릿 속에 한 번의 여유가 더 있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 작품성을 약간 포기해야 한다든가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EBS는 타 방송사에 비해 중소기업에 속한다. 그만큼 인력풀이 많지 않다보니 프로젝트 기회를 많이 줄 수 있다.

-외주제작의 근무환경은 어떤가.

▲제작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근무환경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없다. 경력 중심으로 인력 운영이 되는 경우가 많아 고용안정성과 교육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끝으로 PD를 꿈꾸는 이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 있다면.

▲책과 사람으로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취업만 목적으로 삼으면 나중에 힘들어질 수 있다. 또 채용 환경이 변한다는 것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합숙면접으로 중장기 동안 쌓아온 실력을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장기 계획을 갖고, 그 안에 필수불가결한 요인들을 습득해야 한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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