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적 초고화질(UHD) TV 인기가 치솟으면서 TV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다시 희망으로 떠올랐다. 반면에 지난해까지 디스플레이 시장의 대안 먹거리로 부상했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최근 성장 정체를 겪으며 TV에 효자 자리를 내주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지난달부터 TV용 LCD 라인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시작해 현재 90% 이상을 넘어섰으며 최근 UHD 패널은 공급 부족 현상까지 겪고 있다. UHD를 기회 삼아 TV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청신호다.
시장조사업체 NPD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 2011년 세계 TV 출하량이 정점을 찍은 후 2년간 계속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했다. 2012년에는 전년 대비 6%, 2013년에는 3%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1% 정도의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반등 폭은 적지만 다시 상승세를 탔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특히 LCD TV 시장 성장폭은 5% 수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면적 기준 TV용 LCD 시장 성장률은 더욱 크다.
게다가 2분기에는 중국 노동절과 브라질 월드컵 등 기대했던 특수가 몰리면서 LCD 패널 업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부 품목은 가격까지 오르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고부가 UHD 패널은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대만에 시장을 선점당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올해 들어 프리미엄 제품은 물론이고 범용 제품까지 출시하면서 시장 공략에 전 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이 곡면, LG가 3차원(3D) 입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도 UHD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의지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올해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UHD 패널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무려 20배 가까이 뛰어오를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 제조사들의 수요를 완전히 충족하지 못해 공급부족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지난해 LCD 패널 시장에서 효자 노릇을 했던 태블릿PC는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 태블릿PC는 스마트폰과 달리 교체 수요가 많지 않고, 저렴한 화이트박스 시장으로 정리되면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만 수혜를 입고 있다. 지난 1분기 LG디스플레이의 태블릿PC용 패널 매출은 약 56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무려 8000억원 가까이 급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반기 아이패드 미니용 패널을 공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전에는 이렇다 할 호재가 없다.
지난해 브랜드 태블릿PC 출하량은 1억6900만대, 화이트박스는 그에 못 미치는 1억4800만대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그 비중이 완전히 뒤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브랜드 태블릿PC용 LCD 시장 점유율은 70% 정도다. 하지만 화이트박스용 패널 점유율은 삼성·LG를 합쳐 4~5%에 불과하다. 중국 BOE는 44%, 대만 CPT는 21%인 것과 대비된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2분기 TV 시장 특수 때문에 풀가동해 UHD 패널을 생산하고 있지만 그 수요를 다 못 채우고 있다”며 “지난해 태블릿PC가 시장의 동력 역할을 했다면 올해에는 다시 TV가 주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UHD 패널 지역별 생산 전망 (출처 : NPD디스플레이서치)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