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 이벤트 상품으로 눈을 치우는 도구인 ‘넉가래’를 준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응모를 할까. 자동차와 스마트폰, 심지어 아파트까지 고가의 경품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아이디어 하나로 높은 이벤트 효과를 내는 벤처가 있다. 소녀시대 9명 멤버 얼굴이 박힌 비타민 음료 9병, 흰 양말 30족이라는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경품을 내건다. ‘키치’ 문화를 표방하는 ‘배달의 민족(대표 김봉진)’이 주인공이다.
배달의 민족은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 사용 후기를 남긴 사용자들을 추첨하는 ‘스토어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사업초기에 배달의 민족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선 고객 평가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마련한 마케팅이다.
경품은 배달의 민족 브랜드 콘셉트인 ‘키치’와 ‘패러디’를 최대한 반영했다. 주요 고객인 20대들이 공감하는 콘텐츠나 화제의 인물을 활용해 소소한 경품에 스토리를 더했다. 2월에는 첫 직장, 개강 등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옥스포트 노트와 모나미 153볼펜을, 3월엔 ‘칙칙한 복학생’들을 위해 키 높이 깔창과 비비크림을 묶어 선물했다. 모기퇴치 3종 세트, 이불 압축기, 삼선 슬리퍼 세트 등 상품 자체가 가진 의외성과 독특함으로 고정적인 ‘팬덤’을 만들어냈다.
소소한 경품이지만 효과는 만만치 않다. ‘스토어 이벤트’ 기간 동안 평균 600~700개의 리뷰가 달린다. 지난 4년간 배달의 민족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 리뷰 평점 1위를 유지해왔다. 성호경 우아한 형제들 홍보팀장은 “비싼 경품에 의존하는 이벤트는 자칫 목적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며 “배달의 민족 스토어 이벤트의 목적은 기억하게 하고 좋아하게 하고 소문나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