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강소기업과 적극 경쟁하면서 매출 성장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소재·부품 업체가 주목받고 있다.
통상 국내 업체는 글로벌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면 경쟁을 피하기 위해 사업 철수를 고민하지만 오히려 강소기업이 선점한 시장에 적극 진입해 고수익을 누리는 사례다. 일부 업체들이 성공시킨 ‘역발상 전략’이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엘엠에스·솔루에타·이노칩테크놀로지 등 국내 소재부품 업체가 큰 폭의 매출 성장과 더불어 고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형이 늘어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 업체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제품은 고객사 판가 인하 압력이 덜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엘엠에스는 지난해 매출이 1117억원에 불과하지만 주력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미국 3M과 경쟁하고 있다. 4~5년 전 3M이 독점한 스마트폰용 프리즘시트 시장에 본격 진입한 후 특허 소송까지 불사했고, 결국 승소한 후 시장에 안착했다. 최근에는 블루필터·퀀텀닷(QD) 필름 등 해외에 의존하는 소재를 국산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3M은 30~40% 수준의 이익률을 타깃으로 소재를 개발하는 회사다. 엘엠에스가 주요 제품을 3M보다 훨씬 싼 가격에 팔아도 충분히 고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전자파 차폐(EMI) 소재를 생산하는 솔루에타도 3M·TDK 등 글로벌 강소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업체다. 세계적으로 전자파 차폐 소재를 만드는 업체는 70여곳에 달하지만, 4개사가 전체 시장의 80~90%를 점유하고 있다. 솔루에타는 지난해 세계 시장의 35%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터치 기능용 전파 흡수체, 근거리무선통신(NFC)용 전파 흡수체, 무선충전용 전파 흡수체 등을 잇따라 개발하고 있다.
이노칩테크놀로지는 무라타·TDK 등 일본 업체와 경쟁하면서 고수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 회사는 EMI·코먼모드ESD필터(CMEF) 등 수동 칩을 주로 생산한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CMEF를 대거 채택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CMEF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세계적으로 4~5곳에 불과하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국내 업체는 글로벌 기업이 선점한 시장을 꺼리기 일쑤”라면서 “기술력만 있다면 성공 사례에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말했다.
<단위: 억원 / *자료: 전자공시시스템>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