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 ‘유연성’과 ‘속도전’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 회사는 2년 내 친환경차 풀라인업을 갖추고, 핵심 부품 공용화를 통해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수소연료전지차를 국내외 보급에 나서는 한편, 전기동력차 라인업 다양화에도 속도를 낸다. 이 같은 전략은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경쟁업체들이 기존에 강점을 갖춘 일부 친환경차에 집중하는 전략과 대비된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기술력 강화와 풀라인업 구축을 통해 2020년 이후 친환경차 글로벌 리더로 부상한다는 전략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를 위해 2016년까지 하이브리드카(HEV), 전기차(EV), 수소연료전지차(FC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등에 이르는 풀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준대형(그랜저)까지 확대된 하이브리드카에 이어 올해 미국과 국내에서 수소연료전지차(투산 ix) 보급 확대에 나선다. 또 내년에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국내 최초로 양산하고, 2016년에는 차세대 하이브리드카와 순수 전기차 및 세단형 수소연료전기차까지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2년 내에 현존하는 모든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추는 셈이다.
기아차도 이달부터 양산을 시작한 순수 전기차 ‘쏘울 EV’를 국내에 이어 미국, 유럽, 중국 등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쏘울 EV는 1회 충전 주행 거리 148㎞로 동급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춰 국내외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또 히트펌프 및 개별공조 시스템 등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신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이기상 현대·기아차 전무(환경기술센터장)는 “다양한 전기동력차를 기반으로 연비 효율성을 높이고, 수소연료전지차까지 아우르는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 기술을 갖출 것”이라며 “핵심 부품 공용화를 통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연구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대·기아차가 친환경차 공세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은 시스템 독자 개발 역량과 핵심 공통 부품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터, 인버터, 고전압 배터리 등 모든 친환경차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주요 부품의 원천 기술 확보가 핵심이다. 전기 에너지를 구동 에너지로 전환하는 모터는 희토류를 저감할 수 있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 또 모터 출력을 조절하는 인버터는 차세대 소재인 SiC(실리콘카바이트) 반도체를 적용하고, 배터리도 신소재를 통해 가격을 저감할 수 있는 연구개발에 주력한다.
이 전무는 “친환경차 확대를 위해 전기동력 부품의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성능 및 내구성 향상과 원가 절감을 위한 기술 혁신을 지속해 핵심 부품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친환경차 시장은 2020년 800만대를 넘어서며 본격적인 대중화 시대에 들어설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174만대 수준에서 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특히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비중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돼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풀라인업 전략 성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