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교육 콘텐츠 시대를 맞아 국내 대학에서도 온라인 공개 강의 서비스(Open CourseWare, 이하 ‘OCW’) 규제 개선안 및 활성화 방안이 이슈로 떠올랐다. 박근혜정부가 교육공약으로 내걸었던 100세 시대 국가평생학습체제 구축에 걸맞는 교육기관 설립이나 저작권법 관련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대학을 가지 않아도 학위를 취득할 수 있고, 취업까지 가능한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연구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대학 구조조정이나 교육의 식민지화에 맞서 OCW 및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와 같은 고등교육의 온라인 서비스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고등교육의 질 향상 및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원격교육기관 인정 기준 개선 △대학 간 자유로운 학점 교류 활성화 △대규모 온라인 공개 강좌를 위한 저작권법 재검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연구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고졸 취업 활성화 및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문제를 푸는 데도 OCW나 MOOC 활용 가치는 높다.
급선무는 학점 인정과 학위 취득 여부다. 국내에서 OCW를 활성화하려면 특히 원격교육기관에 대한 인정 기준을 개선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고등교육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원격기관은 방송대학, 통신대학, 방송통신대학 및 사이버대학만으로 제한된다. 미국 조지아공대가 운영하는 ‘유다시티’는 100% 온라인 수업으로 석사과정을 진행할 수 있지만, 학생 정원 제한을 받는 국내 일반 대학은 불가능하다.
저작권법도 OCW의 발목을 잡고있는 문제다.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학의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기준’을 개정 고시하면서 고시된 보상금을 지급하면 대학에서도 자유로운 저작물 이용이 가능하게 됐다. 반면 교과 과정 외에 일반인 대상 특별 강좌는 수업 목적 저작물 이용에 벗어나는 제한 범위로 규정된다.
여기에 우리나라 대학의 태도 변화 및 적극적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온라인 공개 강의가 오프라인 강의의 보완제 역할을 하면 교수들의 강의의 질을 높일 수 있고, 나아가 대학 자체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해외 명문대학이 주도하는 OCW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에서도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자발적 확산 추세다. 그러나 단순한 공개 강의에서 한층 발전해 맞춤형 학습까지 지원하는 MOOC 서비스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김보배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대학정보화 연구원은 “교수지도와 커리큘럼이라는 대학 고유의 시스템을 버리고 강의를 개방한 것이 OCW라면 MOOC는 학습관리, 평가, 증빙까지 보다 전문적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진화된 형태”라며 “따로 로그인 과정 없이 수강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는 만큼 OCW와 MOOC를 둘 다 개발, 지원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외 대학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민간에서 대규모 기부나 투자를 받는 것과는 달리 국내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KOCW’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성공사례를 찾기 어렵다. KOCW가 자체 강의 제작 및 대학이나 기관, 기업들의 동영상 강의 기부를 바탕으로 규모 면에서는 세계적 수준으로 커졌지만, 일반 대학은 무료 강의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생색내기’ 수준에 그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기업과의 취업 연계를 기반으로 한 투자 유치,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교수 학습 제공, 공동 플랫폼 연구가 요구된다.
이태억 KAIST 교수학습센터장(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은 “우리 대학이 쓰는 플랫폼을 제작해 교육을 추진하고 해외 MOOC와 연계해 가는 한국형 MOOC가 필요하다”며 “온라인 강의는 무료지만, 세계 누구에나 배움의 장을 열어주고 정보를 공유한다는 차원에서도 대학의 바람직한 사회적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