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터넷주소자원관리기구(ICANN: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의 세계화 노력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ICANN 설립 후 지난 16년 동안 미국 정부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현재도 전 세계 133개 정부가 동등하게 ICANN 논의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독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지난달에는 국제 인터넷 관리·감독 권한마저 이양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관리·감독이라는 한 가지 역할을 더 했을 뿐입니다.”
인터넷 거버넌스 의견을 듣기 위해 방한한 파디 쉐하디(Fadi Chehade) ICANN 최고경영책임자(CEO)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ICANN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영향력 아래서 미국 이익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 전 세계 국가와 민간의 목소리를 고르게 담는 역할을 해왔다는 설명이다.
1998년 설립된 ICANN은 도메인과 인터넷 주소를 할당하고 시스템 조율과 관리 역할을 하는 비영리 기구지만 미국 상무부가 ICANN 결정에 거부권을 갖는 등 사실상 미국 정부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다. 그동안 인터넷 지배력이 미국에 쏠려있다는 비판과 함께 끊임없이 새로운 인터넷 거버넌스 재편 필요성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인터넷 거버넌스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ICANN에 이양한다고 밝혔다.
ICANN은 전 세계 모든 국가와 민간·시민 단체의 의견을 청취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쉐하디 CEO는 “인터넷은 국경을 뛰어 넘는 자원”이라며 “합리적인 프로세스를 가지고 다양한 국가의 정책과 규제, 입장을 반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감독 기능이 이양되는 2015년에 맞춰 서둘러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빠르게 가기보다 제대로 가기 위해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듣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글로벌 인터넷 거버넌스 확립을 위해 한국이 적극적 역할을 해줄 것도 당부했다. 그는 “한국은 인터넷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인지하고 이를 활용해 경제와 사회 발전을 이룬 대표적인 국가”라며 “글로벌 거버넌스에도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 시각을 가진 만큼 국제 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