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셋톱박스 대기 전력 규제 개혁하라

정부의 초고화질(UHD) 셋톱박스 대기 전력 규제는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대못이 산업 곳곳에 박혀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UHD 셋톱박스는 기존 제품보다 많은 전력을 쓴다. 특히 방송 시청 용도뿐 아니라 가정의 인터넷 허브 역할을 하려면 늘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UHD 셋톱박스에서 과거와 같은 수준의 전력만 쓰라는 규제는 옳지 않다. 마치 자동차를 개발하고도 석유를 많이 쓰니 마차를 타라는 격이다. 전력을 더 쓰는 대신 훨씬 많은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간다. 집 어디서나 무선 인터넷을 쓰는 정도는 기본이고 가전이나 공조 시스템 제어도 외부에서 스마트폰으로 처리할 수 있다.

국민적 편익에 산업계 이익도 따라온다. UHD 방송은 TV와 부품 산업의 차세대 성장동력이다. UHD TV 시장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역전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3파전 구도를 만들려 혈안이다. 방송과 콘텐츠 산업도 UHD 방송으로 거둘 수 있는 부가가치가 무궁무진하다. 자칫 셋톱박스 대기 전력 규제 탓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경쟁국에 넘기는 계기가 될까 우려된다.

전자제품 대기 전력 규제는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 실정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무조건 적용은 비합리적이다. 일단 셋톱박스 대기 전력 규제 시행 시기를 미뤄야 한다. 유예 기간은 저전력 셋톱박스 기술 개발 기회를 줄 수 이TEk. 개발 주체는 기업이지만 정부 지원이 있으면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면 UHD 셋톱박스를 예외로 하고 기존 제품만 적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케케묵은 민생 관련 규제를 없애는 일은 단호해야 한다. 규제 하나가 전국 자영업자의 숨통을 트이게 만든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 관련 규제는 좀 다르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차가운 이성이 필요하다. 기술은 어렵고 이해관계는 복잡하다. 주무 부처는 산업의 목소리가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요청인지 특정 기업 배만 불리는 꼼수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UHD 셋톱박스 규제는 전자다. 하루빨리 합리적 대안이 나오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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