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발전 사업 통합 놓고 `한전 vs 발전5사`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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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과 발전5사가 해외사업 진출 방식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전은 브랜드 통합을 주장하는 반면에 발전회사는 개별 진출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한전은 최근 해외 발전 사업 진출 때 한전 영문 이니셜인 ‘KEPCO’ 브랜드로 통일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발전회사가 개별적으로 진출하는 것보다 한전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원 캡코(One-KEPCO)’ 전략이다. 이는 지난 2009년 김쌍수 사장 시절부터 주장해온 것으로 구조개편 이전 하나의 한전으로 돌아가자는 게 핵심이다.

2012년 국정감사까지만 해도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대상으로 재통합 필요성을 강조해온 한전이 해외사업 통합으로 방향을 튼 것은 One-KEPCO 전략 수정에 따른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그동안 한전은 해외뿐 아니라 모든 사업을 통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쳐 왔다. 이는 지방 이전에 앞서 전력그룹사 수장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는 것으로도 풀이했다.

◇한전 “KEPCO 브랜드가 수주에 유리”

한전은 해외사업 통합 이유로 발전회사의 낮은 인지도, 해외사업 경험과 역량 부족, 동시 입찰에 따른 출혈경쟁 등을 들었다. 실제로 KEPCO가 세계에서 갖는 브랜드 파워는 적지 않다. 전력손실률 4%에 불과한 안정적인 전력계통 운영능력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 비롯한 각종 해외사업 수주 성과가 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이 지금까지 쌓아온 ‘KEPCO’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해외 사업에 활용하는 게 수주에서 더욱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발전5사 “개별 경쟁력 한전 넘어서”

발전5사는 개별 진출이 오히려 수주 가능성을 높인다는 입장이다. 발전5사는 최근 산업부와 회의를 갖고 발전회사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발전소 건설과 운영 능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분사 이후 한전과 발전회사 해외사업 성과를 비교해도 발전회사는 총 24개 프로젝트를 수주한 반면에 한전은 9개에 그쳤다. 이마저도 한전은 사업수행 능력이 없어 발전회사에 재위탁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신용등급도 A+(S&P)로 한전과 같다. 자금조달 비용 차이도 없다는 뜻이다. 발전5사는 또 급성장하는 해외 발전시장에 단독으로 참여하는 것보다 다수가 참여해야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전이 우려하던 해외사업 출혈경쟁은 발전사 협력본부가 조율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해외사업협의회 산하 민간자문단 주도로 사전 조정 제도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한 개 프로젝트에 하나의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며 해당 프로젝트 최초 참여사에 우선권을 부여하겠다고 발전회사 측은 설명했다.

◇산업부, 모르쇠 일관

산업부에서는 한전과 발전회사 간 해외사업 통합에 대해 공식 언급은 피했다. 파장을 고려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전력산업 구조 개편마저 중단된 상황에서 한전 측 손을 들어주면 발전 부문 경쟁도입이라는 정부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발전회사 편을 들어주기에는 한전의 입김이 세다. 한전은 국정감사를 이용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의원을 대상으로 한전 통합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채희봉 산업부 국장은 “한전과 발전회사 양측 의견을 들어준 것 뿐”이라며 “아직 통합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한전과 발전회사 해외사업 역량비교>

한전과 발전회사 해외사업 역량비교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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