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윈도XP 서비스 지원이 종료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일부 보안 백신 업데이트를 1년 연장하지만 운용체계(OS) 보안 취약성은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았다. 국내 OS 점유율 대부분을 MS 윈도가 차지하면서 특정 IT 벤더 정책에 따라 산업계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가 휘둘리는 양상이다. SW 종속 문제를 탈피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공개(오픈소스) SW가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IDC는 지난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오픈소스 SW 시장이 연평균 28% 성장률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국내 IT 시장 전체 성장률이 4.3% 수준인데 반해 비약적인 성과를 보인 셈이다.
오픈소스가 SW 시장을 견인하는 새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데이터베이스(DB)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오픈소스 DB 도입을 추진하면서 ‘탈 오라클DB’ 바람이 거세다. 오픈소스 기반인 엔터프라이즈DB, 마리아DB뿐 아니라 국내 오픈소스 DB업체인 큐브리드도 영업망을 확대하면서 시장 공략에 나섰다. DB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오픈소스 SW 도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오라클 등 특정 벤더 종속에 벗어나려는 DB산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버 시장도 오픈소스 열풍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차세대 시스템을 레드햇 계열 리눅스로 도입하기 위해 최근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윈도 OS 서버 시장 점유율이 높지만 점차적으로 서버 최적화에 용이한 리눅스 계열 오픈소스 OS 도입이 활발할 것이란 평가다.
교육·의료·국방 등 특정 산업의 SW도 잠재적 오픈소스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반 사용자와 달리 특정 기능만 맞춤형으로 적용하기에는 리눅스 등 오픈소스 OS와 관련 SW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평가다. 이민석 NHN 넥스트 학장은 “교육용 컴퓨터나 태블릿 PC 등 한가지 목적으로 SW를 활용하는데 윈도는 큰 의미가 없다”며 “리눅스를 활용해 맞춤형 SW를 개발하는 것도 효율성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소스 SW 도입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관심을 받고 있다. 국가별로 SW 산업발전 핵심 가치인 경제적 효율성, 특정 벤더에 대한 종속성 극복, 시장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오픈소스 SW를 다룬다.
윈도XP 서비스 종료가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글로벌 이슈가 되면서 대안으로서의 오픈소스 도입이 활발하다. 중국은 국가 OS로 리눅스 배포판인 우분투 계열의 ‘기린’을 발표하고,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오픈소스 OS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픈소스 SW를 도입하는 첫 번째 이유로 ‘비용’을 꼽는다. 비 오픈소스 SW는 라이선스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오픈소스 SW는 대부분 온라인 배포판으로 이뤄지는 등 라이선스 수수료가 없다. 오픈소스 SW를 도입했을 때 기술지원이나 서비스(유지보수) 비용이 있지만 아직까지 비 오픈소스 SW 유지보수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높은 성능 덕분에 오픈소스가 주목받기도 한다. 오픈소스가 중소규모 시스템 환경에서 높은 성능을 보일 뿐 아니라 맞춤형 시스템 구축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윈도XP 서비스 지원 종료로 보안 취약성이 우려되면서 오픈소스의 강한 보안성도 주목받고 있다. 오픈소스 SW는 개발 단계부터 소스코드가 공개돼 이미 많은 취약점이 개선되거나 해결됐다. 공개 키 기반 인증 매커니즘을 구현해 통합 패키지 적용이 쉽다. 다양한 암호화 알고리즘과 키 관리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오픈소스 커뮤니티 개발자가 지속적으로 기능 개선과 패치를 업데이트하는 것도 장점이다.
그렇다고 오픈소스 SW가 ‘만능’인 것은 아니다. 특정 SW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호환성 문제가 남는다. 당장 리눅스 등 오픈소스 OS를 도입하더라도 응용 애플리케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 등 윈도에 맞춰진 앱 사용이 불가능할뿐 아니라, 기존에 사용했던 응용 프로그램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기업과 기관에서 리눅스 OS 도입을 우려하는 이유다.
김진형 SW정책연구소장은 “오픈소스는 ‘전환’의 대상이 아닌 ‘대안’으로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SW 획일주의를 떠나 다양성을 존중하는 환경에서 오픈소스와 비 오픈소스가 함께 발전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