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탠더드 오일의 `석유`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지금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처럼 특정 업체가 시장을 손에 쥐고 산업 생태계를 쥐락펴락했던 적이 있었다. 140여년 전 당시 미국 석유 시장을 장악했던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 얘기다.

스탠더드 오일은 1870년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설립, 소규모 업체들을 남몰래 매입하고 협력사에 단가 인하를 압박하는 등 불법 행위를 통해 규모를 키웠다. 운송 업체들에는 과도한 운임료 할인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할 경우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결국 스탠더드 오일은 1890년 초 미국 정유 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하는 독점기업으로 시장을 좌우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언론들은 침묵했으나 ‘매클루어 매거진’은 달랐다. 아이다 M 타벨 기자는 1902년부터 19회에 걸쳐 ‘스탠더드 오일의 역사’를 보도, 스탠더드 오일과 록펠러의 죄상을 폭로했다. 미국인들의 칭송을 받았던 록펠러는 악당으로 추락했고 미 연방대법원은 반독점법(Antitrust Law)을 적용, 1911년 스탠더드 오일 해체를 명했다. 그러나 이후 스탠더드 오일은 훨씬 건전한 기업으로 거듭났다. 록펠러도 1913년 ‘록펠러 재단’을 세우는 등 총 5억달러에 달하는 돈을 사회에 환원했다.

140여년이 지난 현재 스탠더드 오일의 석유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스마트폰 출시 전략이나 일정에 따라 협력사들의 운명이 갈린다. 국내 증시도 한 몸이나 진배없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기침이라도 한 번 하면 국내 산업계에는 고강도 지진이 발생한다. 모든 눈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쏠린 이유다.

그만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어깨가 무겁다는 뜻이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강한 권력은 큰 책임이 따른다”는 명언을 남겼다. 본지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스탠더드 오일처럼 해체 순을 밟기 전에 보다 나은 모습으로 침체된 국내 산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시장의 선순환에 앞장서길 바란다.


기획취재팀 jeb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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