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장비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분품 시장에서 최근 토종 전문업체들이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승승장구하는 성공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첨단 장비 부분품 시장은 생산기술 분야의 해외 굴지 기업이나 강소기업들이 선점해왔다. 핵심 장비는 여전히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분품부터 성과를 거두면서 향후 장비 산업 전체 경쟁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공로봇·실·벨로스 등 장비 부분품 시장에서 국내 전문업체들의 제품이 글로벌 장비 기업들에 잇따라 채택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에 진공 로봇을 공급해 오던 티이에스는 지난해부터 중국 패널 업체들로부터 승인을 받아 본격 진출했다. 지난해 일본 대기업을 제치고 중국 BOE의 승인을 받은 이후 CSOT에서도 선정됐다.
진공로봇은 디스플레이 진공장비의 핵심 부분품이어서 패널 업체가 직접 승인을 내는 사례가 많은데, 중국 대표 디스플레이 업체들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다. 티이에스의 실력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미국 굴지의 반도체 장비 기업에도 공급하는 쾌거를 거뒀다.
윤준웅 티이에스 부사장은 “일본 산쿄, 야스카와 등은 매출만도 조 단위의 거대 회사”라며 “이들과 경쟁해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KSM은 벨로스로 세계 시장을 평정했다. 15년 전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에 처음 납품하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그후 이 회사는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품질까지 끌어올려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할 수 있었다. 벨로스는 압력차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주름 모양의 관으로, 진공장비에서는 진공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수인 부분품이다. 이 회사는 석유화학·원자력 장비에 쓰이는 기계적 접합 부품(seal) 시장에서도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이 시장을 선점했던 스위스 부품 기업 V사보다 제품 출시 주기를 무려 4배나 올리면서 시장을 파고들었다. 부품 폐쇄성이 강한 일본에도 수출하고 있다.
코스텍시스템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봉지 장비에서 밀봉하는 핵심 모듈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국내에서 OLED 봉지 모듈가 개발되면서 OLED 봉지 장비 국산화에도 탄력이 붙었다. 진공장비용 이송 모듈에서도 미국 브룩스 등과 경쟁해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 성과를 거둔 비결은 비록 틈새시장이지만 고부가 핵심 부분품을 겨냥해 집중 공략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기업들이 경쟁하는 해외 경쟁사들은 수조원대 매출의 종합 부품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한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고객의 신뢰를 얻게 된 것이 주효했다.
김윤호 KSM 사장은 “부품 하나에도 기초 소재 가공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전 라인을 내재화해 경쟁력을 높였다”며 “한 우물을 판 것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