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비타민 프로젝트]결산 좌담회

대한민국이 ‘창조경제’를 국정 기치로 내걸고, 창조 대국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정부는 창조 대국으로 가는 핵심 사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과 과학기술을 다른 산업에 비타민처럼 투입하는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 사업이기도 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부처 협업산업 활력 제고 사업 예산으로 169억원을 배정하는 등 비타민 프로젝트에 1000억원을 투입한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대한민국은 정보화 시대 선도자에서 창조 시대 선도자로 거듭날 수 있다.

지난 25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그동안 추진한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 성과를 공유하고, 올해 추진할 23개 과제의 바람직한 방향성을 논의했다.

◆참석자

△윤종록 미래부 제2차관

△임현철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국장

△박영근 문화재청 기획조정관

△장광수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장사정 하나제약 대표

△홍승모 포스트미디어 대표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정보방송과학부장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정보방송과학부장)=창조 비타민 프로젝트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창조경제 성패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 의미와 추진 배경부터 살펴보자.

◇윤종록 미래부 제2차관=인간만 비타민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회와 국가도 비타민이 필요하다. 벨연구소 있을 때 ‘주식회사 미국’이라는 자료를 봤다. 미국을 주식회사로 보고, 어떤 상황인지를 진단한 컨설팅 리포트였다. 주식회사라면 의료비로 인한 재정적자 심화로 5년 안에 망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ICT를 통해 의료비를 줄여야 한다고 분석됐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맨 먼저 내건 기치가 부처간 벽을 허물고, 융합·창조하라는 것이었다. 벽을 허물자는 관점에서 미래부가 제시할 수 있는 키워드를 고민했다. 비타민 프로젝트를 통해, ICT 처방으로 각 부처가 필요한 비타민을 함께 만드는 것이다.

창조경제 출발자원은 국민의 상상력이다. 이것이 과학기술과 접목되면 창조경제를 펼칠 수 있다. 국민뿐 아니라 정부 각 부처 상상력을 모아서 비타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창조경제가 우리가 먹을 파이를 넓히는 것이라면 비타민 프로젝트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항아리 채우는 데는 끊임없이 물을 붓는 것도 중요하지만 항아리 바닥으로 새는 물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사회 각 분야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 비타민 프로젝트다.

◇사회=한국정보화진흥원은 주관기관으로, 문화재청은 수행기관으로, 하나제약은 수행 기업으로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는 각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소회를 부탁드린다.

◇장광수 한국정보화진흥원장=진흥원이 이전에는 국가 정보통신망, 브로드밴드 인프라를 확산하고, 그 위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을 많이 했다. 이제는 이런 인프라를 활용해 관계부처와 함께 어려운 문제나 현안을 해결하는 데 접목하면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고, 일자리도 창출하고, 산업 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 이제는 정보화 정책이 인프라를 바탕으로 관련 부처, 산업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해 확산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창조 비타민 씨앗을 뿌렸으니 올해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하겠다.

◇박영근 문화재청 기획조정관=문화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만지지 마라’ ‘들어가지 마라’ 등 하지 말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존이 중요하지만, 활용도 함께 가야 한다. 그래서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활용국을 만들고, 경복궁 야간개장, 창덕궁 달빛기행 등 새로운 업무를 추진해 왔다. 그러다 비타민 프로젝트로 문화재와 ICT를 접목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문화재청 사업이 ‘내 손안의 경복궁’이었는데, 말처럼 언제 어디서나 경복궁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문화재에 역동적이고, 즐겁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고, 문화재청 업무 활용에도 진일보한 계기가 됐다.

◇장사정 하나제약 대표=사회 이슈가 되는 마약류 오남용에 대해 전체 약의 유통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관장할 수 있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제약회사 단편이 아니라 식약청에 생산과 소비 보고를 함으로써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시범사업이다. 전자태그(RFID) 인식 문제나 태그 가격 등 몇가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시범사업을 넘어 본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좋겠다. IT를 접목한 RFID 사업은 전체 의약품 유통과 흐름을 파악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사회=현재 15개 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창조 비타민 추진이 실제로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소개해 달라.

◇윤종록 차관=지난해 프로젝트를 조금 늦게 시작해서, 아직 성과를 계량화해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비타민 프로젝트로 인해) 실생활에서 많이 편리해질 것 같다. 예를 들어 여성이 밤에 택시탈 때 불안한데, NFC 기반 안심택시 같은 것은 굉장히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다. 또 문화재나 명소, 주요 건물 등에 대한 정보를 언제든 내 손안에 들고 다니며 쉽게 이해할 수도 있다. ICT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이라 비용이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비타민 프로젝트 결과는 기술뿐만 아니라 제도나 법이 같이 따라가서, 사업을 하는데 장벽이 없도록 하겠다.

◇사회=법과 제도뿐만 아니라 RFID 리더 설치 문제 등으로 몇몇 과제는 시범사업에 그칠 우려가 있다.

◇장사정 대표=제도나 법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반대로 법이 너무 앞서가도 안 된다. 예를 들면 전문의약품 태그 사업을 법적으로 의무화 돼 있는데, 현장에서 활용하고 쫓아갈 시간이 부족하다. 반대 문제도 발생 가능하니 잘 조율해야 한다.

◇홍승모 포스트미디어 대표=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도적 문제 외에도 ICT에 대한 저항감도 있었다. 문화 해설사나 관련된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대체하는 대체재라고 생각하더라. 그래서 보완재라고 설득했다. 모든 사업에서 ICT가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비타민 프로젝트가 뿌리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창조 비타민 프로젝트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앞으로 추진할 사업에 대한 기대도 크다.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소개해 달라.

◇임현철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국장=해양안전종합관리체계(이내비게이션·e-Navigation) 사업으로 국민에게 크게 세가지 가능성을 줄 수 있다. 우선은 해양안전이다. 해상 화재나 침몰 등 긴급 상황에서 안전을 강화할 수 있다. 해상의 선박과 완벽한 통신체계를 갖춰 원격의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세계에 8만5000여척의 선박이 돌아다니는데, 선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건강문제를 도와줄 수 있다. 또 선원 복지 차원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 제공도 가능하다.

해운물류와 관련해서 장거리 항해를 하는데, 파도가 약한 쪽으로 안내해 연료비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내비게이션은 국제해사기구도 제안했지만,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하드웨어 직접 시장만 300조원, 콘텐츠를 포함한 간접시장은 1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가 빨리 치고나가면 세계 시장을 차지할 수 있고, 20%만 장악해도 24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시장이다.

비타민 프로젝트는 이 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해줬다. 이내비게이션의 핵심기능인 해상과 육상의 통신기능을 해결하는 비타민이 됐다.

◇사회= 미래부가 최근 2014년 1차 과제 23개를 발표했다. 23개 선정 배경과 지난해 선정 과제와의 차이 등을 소개해달라.

◇윤종록 차관=170개 정도 아이디어가 모아졌고, 그 중 23개를 선정해 600억원 정도 지원한다. 앞으로 기후환경 변화, 태풍, 폭설 등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완전한 예측은 어렵더라도 접근하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농림부에 관련한 수요가 많아서 농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기술을 빨리 만들어야겠다. 빌딩 관리도 중요한데, 사람 주민등록증처럼 빌딩 이력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기술도 개발한다. 자동차 관리나 주유 등 국민이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하겠다.

◇사회=창조 비타민 프로젝트 성과는 보다 많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장광수 원장=지난해 여러 프로젝트 개발과정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국민에게 많이 알려졌다. 올해 23개 과제도 이런 측면에서 효과날 수 있도록 하겠다. 건강관리 서비스, 해파리 박멸이나 녹조 관리 등도 성과가 나오도록 관리하겠다.

그리고 국민과 언론, 기업이 비타민 프로젝트를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올해 성과 보고대회 등을 통해 우수사례를 전시하고, 국민과 관계자가 체험하고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겠다. 성공사례 공유와 아이디어 발굴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사회=마지막으로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조언 부탁드린다.

◇장사정 대표=제약업계에 RFID는 굉장히 중요하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테스트도 빠르게 하고 있다. 단지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그렇지만 의료시장 전체는 이 기술의 중요성 접할 수 있고, 시행되면 편리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다만 태그라는 소비재가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이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 비용 상승 이상의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태그 가격을 낮추는 노력을 해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홍승모 대표=국민의 요구로 비타민 프로젝트가 나오지만, 진행과정에서 현장 피드백을 꾸준히 받아야 한다. 이것이 비타민 프로젝트가 국민 체감 프로젝트로 뿌리 내릴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장광수 원장=온라인으로 국민 의견과 아이디어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또 분야별 확산 모델을 제대로 만들고, 필요한 표준화와 인프라 구축을 보완하겠다. 시범 사업과 본 사업의 연계도 신경쓰겠다. 성공모델을 만든 부처에 다음해 시범사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추진하겠다.

◇임현철 국장=주관부처나 주관기관은 성과에 대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방향성에서 국민 체감형과 체질 강화형을 투트랙으로 감안해야 한다. 성과를 보여주는 것도 있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산업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있다. 양쪽을 모두 가져가야 한다.

◇윤종록 차관=모든 컴퓨터에 인텔칩이 적용돼 컴퓨터마다 ‘인텔 인사이드’가 적혀 있는 것처럼, ‘비타민 인사이드’ 보편화를 상상한다. 이스라엘에 가면 청년들에게 ‘이스라엘 인사이드’가 되게 하라는 것을 가르친다. 세계인이 이스라엘의 기술이 없으면 안 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타민 프로젝트로 가능하게 된 기술과 서비스를 세계에 확산시키자. 이를 위해서는 국민, 공무원을 아우르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공무원 사회도 벽을 허물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벽을 허물고, 사회가 발전하고, 우리 기술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는 것. 이것이 선순환 사이클이다. 물론 단기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거대한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사회=장지영 정보방송과학부장, 정리=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