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키워드 중의 하나가 ‘지식재산 금융(IP Finance)’이다. 지난해 3월 특허청과 산업은행이 IP 금융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물적 담보 없이도 특허권·상표권 등 IP로 기업당 최대 20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IP 담보대출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올해 시중은행권의 IP 담보대출·펀드투자 규모가 최대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2009년 47%→2012년 41%)하면서 최근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전반적으로 경색됐다. 이를 지켜보다 못한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말 금융기관도 2015년부터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유장희 위원장은 국내 은행들이 선진 금융기법을 벤치마킹해 우량 중소기업과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담보나 보증 없이 대출해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올해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위해 34조6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기술력 평가에 기반을 둔 금융지원체계를 구축하기로 발표했다.
IP 금융은 IP가 갖는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금융기법과 연계해 기술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IP 담보금융, 자산유동화, IP 비즈니스에 대한 펀드투자 등이 있다.
창조경제 시대에 있어 아이디어, 지식, 기술은 경제활동의 핵심 요소이며, 기업과 연구소는 이를 기반으로 인류에게 유용한 IP와 비즈니스를 창출한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IP와 기술을 기초로 한 금융지원체계가 미흡한 수준이며, 미국·유럽 주요국에 비해 부동산 등 물적 자산에 의존하는 담보대출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IP 금융은 부동산 자산이 부족하지만 기술집약적인 중소·벤처기업 등에 사업화 자금을 조달해줄 수 있는 유용한 제도다. 최근 국내 금융기관이 IP를 기반으로 한 금융체계 구축과 지원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중소·벤처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IP 금융을 국내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우선 IP 금융을 위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이미 2010년 6월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동산, 채권 및 IP 등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사업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법적 틀을 마련했다.
금융권을 IP 금융으로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와 유동성이 부족한 IP에 대한 위험을 해소해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동산과 채권뿐 아니라 다양한 IP권 등을 일괄적으로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방식이 유용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기 독립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부처 간 협력과 입법적 개선이 요구된다.
금융기관에 최우선권을 줄 수 있는 취득담보금융(acquisition financing)이나 IP 금융에 특화된 유질계약 등의 도입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IP 금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IP 가치평가와 특화된 신용평가체계를 금융기관에 지원해줄 수 있는 조직과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 그리고 기술보증기금 등을 중심으로 그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허 중심의 IP 금융에서 콘텐츠, 영업비밀, 장래에 발생할 권리 등 다양한 IP를 포함하는 평가시스템의 구축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IP 금융 활성화는 기술벤처기업 자금난을 해소해줄 뿐 아니라 새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또 금융기법의 선진화, 금융기관의 창조적 역량 강화, IP 금융과 관련된 새로운 서비스산업 촉진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손승우 단국대 법학전문대학 교수 legalssw@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