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 일색 중소기업 금융 새 해법 찾아야

99.8%다. 마치 북한 투표율을 떠올리게 하는 이 수치는 다름 아닌 중소기업 자금 조달 경로에서 은행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한 직접 대출, 주식·회사채, 벤처 투자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을 다 합쳐도 0.2% 밖에 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에게 은행이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은행이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사는 게 중소기업’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은행 기업 대출에서 중소기업 비중은 줄어든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중소기업연구원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은행이 중소기업에 빌려준 금액은 잔액 기준 485조9000억으로 전체의 75.2%다. 2006년까지만 해도 90%를 넘었던 이 비중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급격히 줄어들었다. 은행 건전성 기준을 강화로 은행이 대기업보다 신용 위험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을 주저한다는 것이 중소기업연구원 분석이다.

그나마 이 비중도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과 같은 정부 산하 보증기관들이 보증 규모를 늘렸기 때문에 유지된다. 은행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신용보증 대출은 15%대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기피를 공적 신용보증으로 간신히 메우는 셈이다. 물론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주는 것은 아니다. 매년 증가한다. 하지만 그 증가 폭이 대기업과 다를 바 없다.

정말 심각한 것은 은행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만기 1년 이하인 단기 여신 비중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너무 높다는 점이다. 유럽, 일본, 대만은 30%를 넘지 않는다. 은행이 긴축 경영을 하면 그 피해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 어디로 갈 것인지 자명하다.

은행도 경영난에 예외가 아닌 시대에 돌입했다. 해법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은행 외로 중소기업 자금 조달 경로를 더 다양화하기 위해 채권과 투자 시장을 키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은행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이자놀이를 하는 단기 여신 비중부터 낮출 일이다. 은행이 사업성과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함께 성장하는 금융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중시하는 독일과 일본의 중소기업 금융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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