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OS 종속이 가져온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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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8일 윈도XP 서비스 지원이 종료된다. 현금자동인출기(ATM),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 의료용기기, 셋톱박스 등이 윈도XP 계열 임베디드 운용체계(OS)에 종속되면서 보안 위협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정 OS에 종속된 사회가 매번 겪는 비운이다.

윈도 서비스 지원 종료 논란이 일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대안 OS’다.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둬 한 OS 종속을 탈피하자는 움직임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가 공공기관에 오픈소스 OS인 리눅스를 도입한 것이 대표 사례다. 중국은 아예 리눅스 배포판인 ‘우분투’를 기반으로 국가 OS를 개발했다.

나라별로 대안 OS 마련에 분주하지만 우리는 오픈소스 OS 도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파악하지 못했다. 일부 공공기관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도입을 권장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픈소스가 필요하다고 인식하지만 운용할 수 있는 인력과 수요 등 생태계 조성이 미흡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문제는 오픈소스를 활용할 수 있는 인재다. 오픈소스 SW 개발업체가 항상 인력난을 호소할 만큼 사람이 없다. 대안 OS 도입을 추진하더라도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대안 OS 문제는 대안 SW 인력 부재가 뒤따라오기 마련이다. 오픈소스뿐 아니라 모든 생태계 조성의 시작점은 언제나 사람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 등 글로벌 IT 기업은 교육 현장에 자사 OS와 SW를 할인해 공급하거나 무료로 배포한다. 컴퓨터 실습실에 리눅스가 설치된 학교는 손꼽을 정도다. MS, 오라클로 컴퓨터와 SW를 배운 학생이 개발자가 되겠다고 한다면 어떤 길을 택할까. 그 학생들이 ‘탈 종속! 대안 OS가 필요하다’ ‘오픈소스 SW로 전환하자’고 외치는 모습은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윈도XP 지원 종료 논란은 몇 년 뒤 ‘윈도7 지원 종료’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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