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과학, 이번주엔]1995년 3월 22일...우주인 발레리 폴랴코프 438일 우주 체류

우주인을 그린 영화 ‘그래비티’ 첫 장면에서 조지 클루니는 산드라 블록에게 “우주에 있으면 좋은 점이 뭐야?”라고 묻는다. 산드라 블록은 “고요함”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산드라 블록이 좋아하던 고요함은 곧 두려움으로 변한다. 우주선에 사고가 발생해 망망대해보다 큰 우주에 그 혼자 남게 된다. 어둡고 산소도 없으며 아무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우주는 그 자체로 공포다.

산소가 없는 우주에서 머무른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러시아 우주인 발레리 폴랴코프는 1995년 우주정거장 미르(Mir)에서 438일 동안 연속 체류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약 1년 2개월가량을 머물렀다. 1986년 2월 발사된 미르는 총 길이가 13m에 달하고 지름이 4.2m, 무게는 21톤이나 되는 대형 구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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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을 다룬 영화 `그래비티`

인간이 우주에서 살기는 쉽지 않다. 중력이 있는 지구에서는 혈압이 머리에서 다리로 내려갈수록 높아지지만 우주에서는 혈압이 머리와 다리가 똑같아진다. 혈액과 세포액이 올라와 향과 맛을 느끼는 신경이 무뎌진다. 따라서 미각도 둔해진다.

우주에서는 잠을 자기도 쉽지 않다. 우주정거장에서는 하루 해를 16번이나 만난다. 자주 밤낮이 바뀌게 되면서 신체리듬이 깨진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뼈에서 칼슘이 한 달 평균 1%씩 줄어든다. 근육에서 단백질도 빠져 나간다. 만약 우주에서 1년을 머문다면 뼈와 근육의 12%가 늙는 셈이다. 무중력 상태에서의 근육 이완, 운동 부족 등이 노화를 불러오는 원인이다. 이런 점에서 우주인 발레리 폴랴코프의 기록은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산드라 블록은 어렵게 지구로 돌아온다. 그는 중력 때문에 힘겹게 걸음마를 떼면서도 감격에 젖어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이처럼 우주탐사는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중력과 산소가 존재하는 안정된 지구에서 살아온 인간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임에 분명하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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