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깊이읽기]육식조선

서두에서 저자는 소설 ‘육식조선’이 조선시대의 다양한 소고기 조리법을 정리한 책이라고 소개한다. 소설은 1권(갑회, 갈비, 그리고 육면), 2권(탕, 수육, 숙복), 3권(설농탕, 감, 황탕, 회할법), 4권(타락죽, 잡탕, 장산적, 양만두), 5권(황향느르미, 골탕, 설화멱, 약포, 장육법)으로 이뤄진 퓨전사극이다. 각 권의 부제와 목차에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걸 느낄 수 있다. 각 목차의 제목으로 사용된 음식 조리법으로 시작하는 ‘육식조선’은 양반과 천민의 신분이 확연히 구분되던 조선시대가 배경이다.

등장인물 유황은 양반과 백정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세력다툼으로 죽었다 살아난 것도 모자라 다섯 영혼이 빙의된 거골장(소·돼지 등의 짐승을 죽이고 이들의 뼈를 골라내는 일을 하는 사람)의 아들이다. 난설은 고귀한 가문의 피가 흐르는 묘령의 여인이다. 옥택은 조선에 반감과 애착을 동시에 갖고 살아가는 몽골인 이다. 소설은 이 세 명의 남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조선 땅에 유통되는 소고기를 둘러싸고, 공급자인 백정과 양반 간의 이권 다툼 속에서 얽히게 되는 세 남녀의 로맨스를 맛깔나게 그려냈다. 소설은 퓨전사극답게 참신한 소재를 역사라는 그릇 안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육식조선’은 저자가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단순히 조선의 소고기 조리법을 말하는 책일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적자소수의 조선. 가진 자들은 더 가지려 하고 못가진 자들이 조금이라도 가지게 되는 걸 못 참는 약육강식의 조선. 착취와 굴레, 부와 권력 그리고 육식의 대물림이 이어지는 유교의 나라 조선이 바로 ‘육식 조선’ 임을 이 소설은 암시한다. 조선판 ‘식객’을 떠올리게 하는 ‘육식조선’은 역사와 음식, 그리고 로맨스라는 재료가 잘 버무려진 비빔밥 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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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지음, 나모 필링북 펴냄, 각 3000원

자료제공:유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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