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업계, 유지보수 현실화 요구… 통신업계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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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통신장비 업계가 통신사에 유지보수요율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1%도 안 되는 요율로 채산성을 맞추기 힘든데다 최고 15%에 달하는 외산 장비와 요율을 차별화한 것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지난해 마련한 소프트웨어(SW) 유지보수요율 현실화와 비슷한 대책이 네트워크 장비에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외산과 역차별은 없다”며 이를 정면 반박하고 나서 유지보수요율 현실화가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11일 네트워크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는 이동통신 3사 네트워크부문장, 구매전략 임원, 상생협력 임원에게 통신장비 유지보수요율 현실화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통신사는 국내 네트워크 시장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고객사다.

해마다 유지보수 대상 회선수가 늘어나는 데도 통신사가 이에 걸맞은 유지보수료를 내지 않고 오히려 매년 줄인다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국산 통신장비 유지보수요율은 1% 미만으로 최대 15%에 이르는 외산 장비와 크게 차이난다.

유지보수 한도액을 미리 산정해 두고 계약 기간이 남은 구형 장비는 유지보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장비업체를 어렵게 만든다. 총액을 정하고 협상을 하기 때문에 구형 장비는 계약에서 빠지고 유지보수비는 오를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 통신장비업체 사장은 “네트워크 장비는 하드웨어 기반이지만 핵심은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매년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며 “유지보수비는 결국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비용으로 쓰이는데 통신사가 지나치게 적은 금액을 지불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올해 최소 3%를 시작으로 유지보수 요율이 8%가 될 때까지 매년 1%씩 단계적으로 인상해줄 것을 요청했다. 유사한 기능과 성능을 갖춘 장비 유지보수비를 외산 제품에 비해 부당하게 적게 지급하는 사례를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협회 요구에 대해 통신 3사는 3개월째 묵묵부답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네트워크 유지보수 계약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하고 있다는 게 공통적인 입장이다. 외산 제품과 차별도 없다는 주장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장애 발생 때마다 수리하는 콜베이스 방식은 외산과 국산 제품 요율이 같고 일반 요율제의 경우에도 외국 엔지니어의 체류비 등 실비를 제외하면 차이가 없다”며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유지보수비용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통신장비 업계와 이동통신사 간 입장이 서로 달라 유지보수요율 현실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2012년 마련한 네트워크 유지보수요율 가이드라인에는 요율을 업계 자율 협상에 맡겨 놓았다. 통신사가 대승적 차원에서 요율을 현실화하지 않는 이상 요율 인상을 강제할 수는 없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가 통신사에 요청한 유지보수요율 / 자료: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가 통신사에 요청한 유지보수요율 / 자료: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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