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7일 최태원 회장에게 징역 4년,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자 SK그룹이 충격에 휩싸였다. 최 회장과 최 수석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만큼 상당기간 경영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그룹은 이날 선고 직후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SK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최 회장 형제의 부재 장기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규모 글로벌 신규투자 혹은 기업 인수합병(M&A) 등 굵직굵직한 의사결정에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례로 SK그룹은 지난해 말 국내 보안업계 2위 업체 ADT캡스 인수를 중도 포기했다. 최고경영진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회장 부재로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반대로 지난 2011년 말 SK그룹이 옛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최 회장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계의 충격도 상당했다. 전반적인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SK그룹의 총수 부재로 인한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집행유예를 선고한 다른 그룹 총수와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됐다.
SK그룹은 횡령 혐의에 대해 최 회장 형제와 김준홍씨, 김원홍씨의 진술이 엇갈려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있는 가운데 재판이 확정된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SK그룹 전체 임직원에게 “비통하지만 지혜를 모으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 의장은 “그동안 여러 오해를 소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이런 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지난 몇 년간 이어온 재판은 이렇게 큰 상처를 남기고 마무리 됐지만 지금부터 상처를 보듬고 새 살이 돋아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독려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계열사에서 펀드 출자한 돈 465억원을 국외로 빼돌려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을 받았다.
최 부회장은 최 회장과 횡령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