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플렉시블 기기가 IT 시장의 테마로 떠오르면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회로) 역시 붙일 수 있고 구기거나 휠 수 있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타카오 소메야 도쿄대 교수는 25일 ‘제21회 한국반도체학술대회’에서 구겼다 펴거나 신축성 있는 유기박막트랜지스터(OTFT) 관련 기술을 다수 소개했다. 기판 자체를 지금의 연성회로기판(FPCB)에 비해 얇은 20마이크로미터(μm) 이하 수준으로 만든 뒤 그 위에 잉크젯 방식이나 스크린 프린팅, 증착 방식으로 회로를 입히는 기술이다. 폴리이미드 기판을 활용해 자가조립박막(SAM) 기술로 패터닝한 TFT도 소개했다.
소메야 교수는 “사람 손에 붙어 움직임을 그대로 인식하고 150℃ 이상 온도에서도 견디는 TFT를 개발하는 게 목표”라며 “롤투롤 방식으로 박막 기판 위에 프린팅하는 기술은 양산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헬스케어용 제품뿐만 아니라 태양광 기판 등에도 응용될 수 있다.
2μm 박막 피부를 개발해 사람 손에 붙여 쓸 수 있는 기술도 선보였다. 그는 “회로 기판이 얇아질수록 사람 피부에 밀착해 기계적 오류를 줄여줄 수 있다”며 “주변 환경 잡음이 차단돼 인체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깨끗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유기 박막 전력증폭기(PA)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64채널 유기TFT로 생체 정보를 인식할 수 있다. 유럽 반도체 연구기관인 IMEC은 플렉시블 심전도검사기(ECG)를 만들어 상용화했다. 동그란 FPCB 기판 안에 시스템을 최대한 작게 구현해 심장이 있는 부위에 직접 붙이면 심장박동이나 심장에서 나오는 신호를 읽어들여 블루투스 시스템을 이용해 PC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기다.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를 이용해 피부와 밀착력은 붙이는 반도체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붙이는 반도체의 초기 단계 양산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존 A 로저스 일리노이대 교수는 피부에 직접 박막회로를 프린팅하는 기술을 지난달 발표했다. 5μm 두께의 박막 회로를 피부에 붙이는 방식이다. ‘전자 문신(일렉트로닉 타투)’이라고도 불린다. 주변 잡음에 구애받지 않고 깨끗하게 신호를 탐지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지난해 유회준 KAIST 교수 연구팀도 초소형 스마트침을 개발했다. 최적의 시간에 침을 놓고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직물형 인쇄회로기판(PFCB)을 독자 개발했다. 근전도, 체온 검사까지 가능한 게 특징이다.
다양한 시도가 있지만 아직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소메야 교수는 “안전성, 가격, 신뢰성, 초저전력 등 구현해야 할 것이 많다”며 “울트라 박막 필름은 증착 기술로 구현 가능하지만 아직 생산 공정 주기(쓰루풋)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기판 자체는 구겼다 펴거나 늘렸다 줄이는 게 가능하지만 패터닝한 회로에 손상이 있을 수 있어 수명이 짧다는 것도 문제다. 그는 “현재 기술 한계로는 실리콘 기반 반도체 메모리 등과 연동하고 센서만 박막필름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제품이 상용화 수준에서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