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모바일 AP 시장은 퀄컴 독주체제 였지만, 최근 스마트폰 업체들이 다모델 전략에 나서면서 기존 구도가 흔들릴 조짐이다. 1위 자리를 고수하려는 퀄컴과 이에 맞서는 경쟁 업체들이 모바일 AP 시장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고 있다.
최근 수익 성장세가 꺾인 퀄컴은 AP 다모델 전략으로 위기 극복에 나섰다. 퀄컴은 모바일 AP 시장에서 절대 강자 위치를 고수하면서 고속 성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와 후발 업체들의 추격 탓에 주춤하다. 퀄컴은 얼마 전 발표한 실적에서 분기별 수익 흐름이 꺾인 것을 시인한 바 있다.
퀄컴은 중저가 스마트폰·태블릿PC용 AP뿐 아니라 윈도폰용 AP·스마트카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용 칩 등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제2의 도약에 성공한다는 복안이다. 퀄컴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 중급형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겨냥한 64비트 AP인 스냅드래곤 615와 610를 공개해 주목받았다. 스냅드래곤615는 옥타코어, 스냅드래곤 610은 쿼드코어 AP다. HSPA+, CDMA뿐 아니라 5세대 와이파이와 롱텀에벌루션(LTE) 모뎀을 AP에 통합한 게 특징이다.
64비트 AP는 종전 32비트 제품보다 이론상 2배 가량 빠른 연산처리 속도를 구현한다. 퀄컴 64비트 프로세서는 자체 아키텍처가 아닌 ARM 코어텍스 A-53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개발 속도를 앞당기고 다모델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자체 아키텍처 플랫폼을 고수해온 기존 정책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윈도폰용 AP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200, 400을 개선한 칩으로 윈도폰용 레퍼런스 디자인 개발에 참여했다. 퀄컴은 다모델 전략에 맞춰 연구개발(R&D) 조직을 세분화하고, 태스크포스(TF) 팀도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전문가는 “브로드컴·엔비디아뿐 아니라 락칩 등 중국 업체들도 모뎀 칩을 통합한 AP로 퀄컴을 위협하고 있다”이라며 “퀄컴이 스마트폰·태블릿PC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응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후발 업체들은 64비트 AP와 통합 칩으로 퀄컴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롱텀에벌루션(LTE) 등 모뎀칩을 통합한 엑시노스 AP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조만간 출시될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신흥시장에서 퀄컴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디어텍은 MWC 2014에서 중저가 스마트폰·태블릿PC 시장을 겨냥한 64비트 AP(MT6732)를 처음 공개했다. ARMv8 아키텍처 코어텍스 A53 중앙처리장치(CPU)와 말리 T760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내장했다.
모바일 시대에 다소 뒤처졌던 인텔도 타이젠·윈도 운용체계(OS) 확산을 기회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통신 칩 시장의 전통 강자 브로드컴과 엔비디아도 새로운 통합 AP로 퀄컴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브로드컴은 프리미엄 고주파(RF) 콤보 칩과 중저가형 턴키 AP 플랫폼 이원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와이파이·블루투스·근거리무선통신(NFC) 등 고성능 RF 통합 칩을 프리미엄 스마트폰·태블릿PC에 공급하는 동시에 롱텀에벌루션(LTE) 모듈을 장착한 중저가형 AP로 중국·인도 등 중저가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말 노키아 모뎀팀을 인수한 르네사스 모뎀사업부를 다시 이관받으면서 모뎀 통합 칩 개발에 탄력이 붙었다.
종전에는 3G·4G 듀얼밴드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베이스밴드·AP 통합 칩은 퀄컴의 전유물이었다. 주파수 대역이 비슷비슷한 3G 이동통신과 달리 LTE 주파수는 국가별로 산재해 있어 후발 업체들이 개발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 후발 업체들도 LTE 칩 설계 및 검증 기술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저가 스마트폰·태블릿PC 모델이 늘어나는 만큼 틈새 AP 시장 영역이 커질 수밖에 없다”이라며 “스마트카·사물간통신(IoT) 등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AP 업체들의 향후 성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