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PB(Private B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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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과 음료수 등에서 활기를 띠던 ‘PB(Private Brand)’ 상품이 전자제품으로 확산 조짐이다. PB는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를 말한다. 제조 설비를 갖추지 않은 유통전문업체가 상품을 독자적으로 기획한 후 제조업체에 의뢰해 제품을 생산하고, 이 제품에 PB를 부착하면 PB상품이 된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저렴하게 받아 독자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물건도 이에 해당한다.

이마트, 롯데마트같은 대형 마트가 주도하던 PB가 가전유통으로 확대된다. 국내 가전판매 1위 업체인 롯데하이마트가 롯데쇼핑의 노하우를 활용해 적극적 PB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안마의자 등 일부 PB상품만 갖고 있던 전자랜드도 관련 사업 확대를 타진 중이다.

2~3년 전 대형 유통점들이 이른바 ‘반값’ 시리즈로 불리는 저가형 TV를 내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제한된 물량을 단기 이벤트로만 팔았다. ‘미끼상품’ 성격이 강했다.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는 지속적인 PB 확대전략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접근 자체가 이전과 다르다.

PB는 양면성을 갖는다. 중소 제조사가 대형 유통업체와 손잡고 마케팅·영업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부족한 신뢰도와 사후서비스(AS)는 대형 유통사가 책임지면서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 PB상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 소비자 효용도 높여줄 수단이다.

하지만 우려도 나온다. 대형 유통업체가 PB상품 납품을 요구하면 이를 ‘대차게’ 거절할 힘 있는 제조사는 극히 드물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 정도가 그럴 만한 힘을 가졌다. 다수 제조사가 유통강자에 종속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형 유통사는 단기 이익보다는 제조사와 상생할 수 있는 PB 정책을 펼쳐야 한다. 양질의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면서 중소 제조사에도 성장 기회가 배분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까지 검토해야 한다.

전자산업부 차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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