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VoIP) 가입자 규모가 지난해 말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인터넷전화는 기존 시내전화를 대체하며 서비스 출시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결합된 대표 홈(가정용) 상품으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가입자 수가 이제 포화 상태에 이른데다 스마트폰 보급률 확대로 홈 상품의 입지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내전화에 이어 인터넷전화도 내리막길이 시작된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인터넷전화 가입자 수는 1261만8851명으로, 전월의 1262만9890명에서 1만명 넘게 감소했다. 전제 가입자 비중으로 따지면 미미하지만,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달 10만명 가까이 가입자를 늘리며 시장을 키워온 점과 비교하면 완전히 바뀐 상황이다.
인터넷전화 시장은 LG유플러스와 KT, SK브로드밴드 등 대형 유선통신 3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75%(가입자 수 기준)을 과점하고 있다. 이 외 한국케이블텔레콤·CJ헬로비전·SK텔링크·온세텔레콤·몬티스타텔레콤·SB인터랙티브·드림라인 등 별정통신사업자와 시스템통합(SI)·종합유선사업(SO)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도 시장에 참가, 총 10개 업체가 자웅을 겨루고 있다.
업계는 한 때 가입자 수 1800만명을 넘어섰던 시내전화와 달리 1300만명에도 이르지 못하고 가입자 상승세가 꺾인 이유로 ‘휴대폰 음성통화 무료화’를 꼽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형 통신사의 가입자 중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일반 가정에서 시내전화 대신 인터넷전화를 쓰다가 이사를 하면서는 아예 이마저도 안 쓰는 경우가 많다”며 “인터넷전화의 ‘싼 가격’이라는 장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결국 구내통신 등이 필요한 기업 고객 외에는 시장이 점차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입자보다 더 심각한 건 매출이다. 통신사 한 임원은 “인터넷전화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거의 반토막났다”고 토로했다. 3~4년전만 해도 인터넷전화 개인 가입자는 1만원 안팎, 기업 사용자는 2만원에 가까운 ARPU를 보였지만 현재는 그 절반 수준인 5000원~1만원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인터넷전화 가입자도 휴대폰을 주로 쓰면서 통화량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인터넷전화 시장 성장이 멈추면서 관련 단말기와 각종 장비를 교환하는 중소기업 생태계도 향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터넷전화용 PBX 장비 제조사 관계자는 “현재는 기업의 교체 물량이 있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며 “유선시장 자체가 사라지는 미래에는 사업 방향을 바꿔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산업 생태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통신사들은 인터넷전화를 살리기 위해 전화 외의 기능을 내세우는 전략을 펼친다. 대표적인 제품이 LG유플러스의 ‘홈보이’다. 인터넷전화 시장 1위인 LG유플러스는 각종 콘텐츠와 서비스를 집약한 가정용 스마트기기 홈보이를 ‘전화 기능도 포함한 가정용 스마트 기기’로 내세우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과거의 인터넷전화는 싼 전화요금을 주무기로 내세웠지만, 홈보이는 각종 멀티미디어·콘텐츠 서비스가 주 기능이고 전화 기능을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보이는 지금까지 5만6000대 넘게 팔리며 인터넷전화 순증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전화 가입자 규모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