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국회가 6·4 지방선거 이전의 사실상 마지막 입법기회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단통법이 장기 미제 법안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단통법 처리가 불발되면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벌이는 이동통신사의 과열 보조금과 이에 따른 정부 제재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법안심사소위 회의에서 단통법 제정안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방송 공정성 관련 법안 등 정치적 이슈에 대한 합의가 우선시되면서 단통법 안건이 후순위로 밀렸기 때문이다.
단통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려면 늦어도 21일까지 미방위 전체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26일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하기 전 5일의 숙려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건이 넘는 법안이 단통법보다 우선 논의되기로 한 상황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단통법이 처리되지 못하면 그 뒤부터는 6월까지 지방선거 이슈가 국회를 지배하기 때문에 사실상 다시 논의되기 어렵다. 6월에는 국회 상임위원이 교체되기 때문에 이후에는 또다시 처음부터 법안에 대한 설명과 의원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업무보고 자리에서 “법이 통과되면 (스마트폰 가격이 시장과 장소에 따라 몇 배씩 차이가 나는) 이런 문제들이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직접 언급할 정도로 정부의 관심이 높지만 국회에서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동통신 시장이 과열될수록 휴대폰 단말기 매출이 늘어나는 제조사가 단통법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도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다. 법안소위가 열리기 전부터 제조사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단통법은 내용이 수정되며 본래의 취지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사가 휴대폰 단말기별 출고가와 보조금, 실제 판매가격을 정부에 제출하고 홈페이지에도 공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통사의 보조금은 제조사에서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합해 공개하도록 돼 있지만 지난 ‘2·11 보조금 대란’ 같은 심각한 과열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정부가 제조사에 판매장려금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과열 시장 주도 기업’을 선별 가능토록 해 시장 과열 자체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말 제조사 자료제출과 보조금 상한제 조항에 대해 3년간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일몰법’을 적용하기로 하고, 최근에는 제조사의 보조금 지급액수의 자료제출 범위가 각 사별로 제출하는 것에서 제조사 보조금 액수를 하나로 묶은 ‘총량’ 제출 방향으로 수정됐다.
제조사의 보조금 액수 자료가 총량으로 제출되면 어느 기업에서 보조금을 과다하게 지급했는지를 판단하기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법이 통과되더라도 사실상 제조사 보조금에 대한 정부의 감독 권한이 여전히 무력한 상태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