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 혁명이 쓰나미처럼 전 세계를 엄습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자동차의 전자화는 이제 차량의 가치를 확대하는 것을 넘어 모든 산업계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잘 보여준 것이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14’였다. 자동차가 전자융합시스템인 스마트카로 전환되고 있었고 선진 자동차 업체와 전통적 IT 업체들이 수년간 준비해온 솔루션을 대거 선보였다.
스마트 커넥티드 자동차의 발전은 크게 △안전한 이동수단 △안락한 운전 편의성 △환경친화적인 고효율성 등의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전자산업처럼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표준화와 플랫폼 기반의 모듈화에 적극 나섰다. 이 같은 추세는 전자산업에서 벌어졌던 흐름이 필연적으로 자동차 업계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자산업은 제품 개발 주기와 변형 속도가 매우 빠르고 수명이 짧다. 따라서 창의적 혁신을 통한 선도적인 제품 제시와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 지속적인 제품 개선으로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회사는 ‘반드시’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자동차 산업과 전자 산업의 특징을 모두 포함하는 연구개발 노하우와 인력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스마트 커넥티드 자동차 관련 독자 기술이 미흡하다. 또 기술을 보유한 연구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유념해야 할 것은 기술과 마찬가지로 전문 연구인력은 필요하면 즉시, 대가 없이 늘 공급되는 자유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인력을 양성하려면 적어도 5년 이상이 필요하고 많은 비용이 필요한 값비싼 경제재인 것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조급증에 기반을 둔 단기 성과 중심의 단발적인 인력 양성 전략이다. 일례로 우리나라가 산학연을 총망라한 시스템 아래 1980년대 초부터 메모리 반도체에 투자해 일본에 비교우위를 확보한 것은 20여년이 지난 2002년이다. 장기적 관점이 필요한 자동차, 전자 융합은 체계적인 전략을 갖추고 인력을 양성하거나 연구개발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전시적 관점의 단발식 연구개발 및 인력 양성이다. 이는 한 분야에서는 인력 과잉을, 다른 분야에서는 인력 부족을 야기해 결국 연구생태계 전반을 황폐화시킨다. 특히 차세대 자동차산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장기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 논의되는 방식은 어느 쪽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련된 모든 참여자가 무엇이 올바른 전략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자동차 전자화의 대명제인 안전, 편의, 효율 기술은 스마트 자동차 혁명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기술은 산업 및 사용자의 안전이 요구되는 항공, 국방, 의료, 원자력, 전력, 서비스 로봇 등 차세대 모든 산업에 원천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선진국들이 메모리 및 가전용 반도체나 가전 제품은 포기하고, 차세대 전자 및 자동차 산업에 사활을 걸고 기술을 보호하려는 이유다. 격변하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체제 아래서는 누구도 이런 핵심 기술을 우리에게 주지 않는다.
이제 우리나라도 성공적인 스마트 커넥티드 자동차에 대한 산학연의 역할과 국가 연구 지원을 다각적인 전략 아래 고민해야 한다. 첨단연구소, 대기업 그리고 중소기업을 위한 인력 양성 전략과 연구개발을 위한 정교한 평가 및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다. 조금 더 지나면 기술적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진다. 여름에 겨울을 대비하라는 속담처럼 꼭 해야 한다고 판단되면 어렵고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라도, 바로 지금부터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위재경 숭실대학교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 wjk@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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