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특성화대학 총장에게 듣는다]<1>조무제 UNIST 총장

정부가 지난 2011년 선정한 과학기술특성화대학(KAIST, GIST, DGIST, UNIST, POSTECH)이 미래창조경제를 실현할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이들 5개 대학은 우수한 이공계 인력양성과 R&D, 기술 사업화 등에서 특성화된 역량을 발휘하며, 우리나라 과학기술 및 산업 경쟁력을 주도하고 있다. 과학기술계를 넘어 산업과 경제계는 물론이고 정계까지 진출해 각 분야 핵심 축 역할을 하며 창조경제형 대학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에 전자신문은 과기특성화대학 총장들을 차례로 만나 지난 성과를 살펴보고, 향후 각 대학이 지향하는 발전 방안에 대해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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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의 차세대 에너지 분야 연구 역량은 이미 세계 수준입니다. 이차전지는 각종 신기술 개발을 선보이며 미국 MIT, 스탠퍼드대학과 함께 세계 ‘톱3’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네이처,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만 60편이 넘고,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게재는 1500여편에 달합니다.”

조무제 UNIST 총장은 “개교 이후 5년 동안 UNIST가 거둔 각종 연구성과에 주목해 달라”며 이 같이 말했다.

걸음마를 떼고 이제 막 걷기 시작한 대학에서 산업계를 놀라게 하는 이차전지 신소재 등 각종 첨단 기술을 개발 선보이고 있는 모습이 놀랍지 않느냐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조재필 교수가 개발한 이차전지 음극·양극 신소재는 기술이전료만 64억원을 챙겼다. 조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를 1분 만에 급속 충전하는 기술도 선보여 상용화 기대 속에 과학기술 10대 뉴스로 선정됐다.

백종범 교수가 선보인 새로운 그래핀 대량생산 방법 개발과 이를 반도체로 활용 가능한 기술은 현재 해외에 소문나 서로 배워가겠다고 난리다.

또 서판길 교수의 ‘세포 간 신호전달에 의한 암 제어 연구’는 운동이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세포 간 신호전달 과정을 통해 처음으로 규명, 국내외 학계의 주목 속에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로 선정됐다.

조 총장은 “최근에는 2명의 해외 석학을 영입해 기초과학연구원(IBS) 캠퍼스연구단장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며 “IBS 연구단장으로 2명의 해외 석학이 선정된 곳은 UNIST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대형 연구개발 사업 유치는 개교 5년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놀랍다.

그린에너지 소재기술 개발(5년간 200억원)과 신기술 융합형 신성장동력(5년간 190억원, ITRC, SRC, BRL, BK21 등 지금까지 유치한 연구개발 사업은 1000억원에 육박한다.

현재 UNIST는 융합연구동 신축 등 총 2000억원 규모의 2단계 BTL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비결은 없다.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세계적 과학기술 선도대학’ 비전과 ‘2030년 세계 10위권 대학’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고자 최선을 다했다”며 “미래의 아인슈타인과 에디슨, 빌게이츠 같은 인물은 UNIST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 총장의 말 대로 UNIST는 개교 당시부터 뚜렷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치밀한 세부 전략을 마련해 하나씩 실천에 옮겼다. 총장과 교직원이 너나 할 것 없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외를 오가며 세계적 석학, 신진 유망 연구자를 영입하고, 우수 고교생을 데려오기 위해 뛰었다.

그는 “재직교수 230명 중 3분의 2가 하버드와 MIT, 스탠퍼드, 캘리포니아공대, 옥스퍼드, UC버클리 등 해외 유수대학의 박사 출신이고, 입학생은 전국 고교 졸업생 중 상위 2.5% 이내에 특목고와 수도권 학생 비율이 각각 20%와 30%대에 이른다”며 “UNIST에는 시간강사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의 3대 키워드를 ‘창의’ ‘융합’ ‘글로벌화’로 설정하고 9개 학부와 20개 전공에서 각 키워드에 맞는 교육 환경과 시스템을 구축했다.

창의 교육의 토대는 모든 강좌에 적용된 IT기반 LMS다. 학생들은 강의 시작 전 주제를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학생과 교수 간, 학생 간 토론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융합 교육은 전 학생의 2개 전공 이수 의무화와 모든 교수의 2개 이상 학부 소속으로 구현되고 있다.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개교 때부터 도입한 100% 영어 강의를 유지하고 있다. 100% 영어 강의는 교수와 학생의 해외 교류는 물론 선진국, 아시아와 아프리카 자원부국 학생들이 소통이 원활한 UNIST를 선택하는 주요 배경이다.

울산시 울주군의 작은 시골마을이던 가막골은 현재 500여명의 교직원과 3500명의 학생, 세계적 교육과 연구성과를 내는 글로벌 캠퍼스로 바뀌었다.

조 총장은 “개교 전에 미국 올린공대와 MIT, 홍콩과기대 등을 돌며 장점을 벤치마킹해 글로벌 대학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정부와 지자체는 반신반의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기적 같은 일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 UNIST는 새로운 도약의 기로에 섰다. 또 다른 차원의 세계적 연구성과를 거둘 IBS 연구단을 본격 가동하고, 과학기술원 전환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IBS 연구단 사업은 10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국가적 노벨상 프로젝트다.

UNIST의 과기원 전환에 대해 그는 “정부가 지난 2011년 UNIST를 KAIST, GIST, DGIST와 함께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육성한다고 발표했다”며 “이번 정부 출범 때 미래부 산하로 재배치되고, 최근 KAIST와 UNIST 등 4개 대학이 공동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한 것도 이 같은 정책 선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조무제 총장은 “UNIST는 과기원 수준의 교육·연구시설을 이미 갖추고 있다. 추가 재정 부담이 없고 과기원으로 전환 시 학부 정원은 연구중심대학 수준으로 감축할 것”이라며 “그동안 ‘사실상의 과기원 역할’을 수행해 왔고 보다 효율적으로 국가 연구개발에 이바지하려면 과기원으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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