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in 라이프]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을 향한 과정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출발선에 섰다. 얼음을 박차고 나서는 시간을 알리는 신호는 전자 스타팅 건을 사용한다. `탕` 소리와 함께 화약이 폭발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선수들 뒤편에 있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다. 2012년 런던올림픽 육상경기에 처음 도입된 전자 스타팅건은 화약 물질 보안 문제로 새롭게 개발된 출발 시스템이다.

스피커에서 나온 출발 신호는 공기를 타고 선수 귀에 닿는다. 음파는 귓바퀴에 모아져 외이도로 들어간다. 인체 진동판인 고막을 진동시켜 안쪽에 있는 추골·침골·등골 순서로 들어간다. 3개 이소골을 지나면서 음파는 증폭돼 내이에 이른다. 내이 기관 중 와우에 전달된 소리는 유모 세포 움직임으로 청각 신경으로 통한다. 신경 전달 물질이 대뇌에 이르면 청각 중추에서 어떤 소리인지, 다른 소리와 관계는 있는지 가려낸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다른 잡음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출발신호에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한쪽 귀에 들어간 소리는 보통 반대편 대뇌 반구에 전달된다.

출발 신호부터 다리 근육에 신호를 전달해 움직이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성급한 마음에 뇌에서 먼저 `달려라`라고 명령할 수 있다. 바로 부정 출발이다. 부정 출발을 알리기 위해서는 전자 스타팅 건 방아쇠를 2초 이내 한 번 더 당겨 경보음을 낸다.

선수가 빙상 위를 달리기 시작하면 스케이트 날이 얼음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열을 낸다. 미세하게 얼음을 녹이며 속도를 더한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달릴 때 한쪽 발을 들면 뒤꿈치 날이 떨어져 나간다. `클랩` 스케이트는 얼음과 닿는 면적을 넓혀 속도를 높이고 발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쇼트트랙용 스케이트는 회전 할 때 원심력을 줄이기 위해 양날이 밑창 왼편에 달려있다.

쉽게 찾아 볼 수는 없지만 선수 스케이트에는 초소형 송수신기(트랜스폰더)가 부착돼 있다. 선수들도 무게를 거의 느끼지 않을 만큼 가볍게 제작된 이 기기의 역할은 중간 속도 측정이다. 결승선에 도달하기 전 200m, 600m 등 중간 코스 지점 양편에 설치된 기기와 연결돼 위치마다 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TV 중계를 보면 결승전에 들어오기 전 선수 앞뒤로 파란 혹은 빨간 선이 같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현재까지 가장 빨리 들어온 선수(1위) 기록을 바닥에 깔아 보여주는 것이다. 선수 앞에 선이 움직인다면 그 선수는 1위보다 뒤쳐져 들어오는 것이고 선이 뒤에서 따라온다면 1위보다 빨리 결승선에 향하는 셈이다. 이는 빙상 외부에 설치된 측정기(타임 키퍼)가 0.001초 단위로 선수 속도를 파악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기량이 비슷할 때, 결승전에 동시에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0.1초, 0.01초 간격으로 순위가 뒤바뀌는 만큼 결승전에 들어오는 정확한 시간 측정이 필요하다. 마지막 포토피니시 카메라가 스케이트 앞날이 결승선을 지나는 순간을 파악해 선수의 기록을 알려준다.

소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이상화 선수는 500m 2차전에서 37초28로 올림픽 신기록을 기록했다. 이 선수가 달리는 동안 움직임과 속도 측정을 위해 많은 일이 있지만 선수가 4년 동안 흘린 땀에 비할 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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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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