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지난 1월 야심차게 문을 연 통합 쇼핑몰 `SSG닷컴`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그룹이 운영하던 3개 쇼핑몰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문제 탓에 모든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점차 정상화되고 있지만 소비자구제단체는 물론이고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SSG닷컴을 향한 고객 불만은 그칠 줄 모른다.
SSG닷컴을 관리하는 신세계백화점 측에 `기술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기술 담당 부서가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어 구체적 원인은 우리도 알 수 없다”라는 대답이다. 수 주 후 다시 연락을 취하자 “상품 배송 데이터베이스(DB)를 배송 협력사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라고 해명했다.
오픈 후 한 달여간 고객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이트에 시스템 오류 사실을 공지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SSG닷컴 고객이 백이면 백 모두 피해를 본 것은 아니지 않나”라는 다소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피해 고객이 소수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세계백화점 한 관계자는 “윗선이 이번 문제를 고객에게 공지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오픈 한 달 만에 사이트 오류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쇼핑몰 이미지에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정용진 부회장 등 임원 120여명이 참석한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향후 10년 간 31조원을 투자해 신성장동력을 찾는다는 장기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SSG닷컴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첫 단추다. 하지만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고객 피해에 눈을 감는 `신세계` 쇼핑몰이 됐다.
모든 상거래 산업의 중심은 소비자다. 신세계그룹이 10년 장기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윗선` 눈치 보다 소비자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고객 제일주의가 전제돼야 한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