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복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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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伏魔殿)은 마귀가 숨어있는 전각이란 뜻으로 수호지에서 나오는 말이다. 요즘은 부정부패와 비리의 온상지를 의미하는 말로 쓰이곤 한다.

복마전은 우리사회 곳곳에 숨어있다. 채용 비리가 판치는 공공기관에서부터 정부 보조금을 부당 수령한 어린이집까지. 비리가 터지는 곳이면 어디든지 언론매체로부터 복마전이라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얼마 전 현직 고용노동부 직원이 수백만건의 기업정보를 빼돌려 50억원대의 국가 보조금을 가로챈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19조원대 국민주택기금 운용기관 선정 비리나 개인정보가 유출된 카드 사태는 전국민을 상대로 한 초대형 복마전이다.

하지만 최근 몇년 새 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복마전의 원조가 따로 없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공공기관에서 일반기업에 이르기까지 횡령과 유용, 채용 및 인사비리 등 각종 `비정상`들이 마치 `정상`인 것처럼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테크노파크와 지역사업평가원 등 기업 지원기관은 물론, 과학 저변화에 앞장서야할 과학관까지 잇달아 비리가 터졌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역사업평가원과 테크노파크 등 지원기관으로부터 사업비를 받은 일부 기업주는 국비를 자기 돈처럼 유용,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건은 다르지만 이와 유사한 검찰 수사가 지난 2012년 이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의 모 기업지원기관 연구원이 타지역 기관에 출장을 가면 해당 기관에서 대구의 각종 비리가 전국으로 불똥을 튀기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듣는다. 악의 축인양 취급을 받는다보니 이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떤 지역이든 어떤 분야든 떳떳하지 못한 일은 언젠가는 밝혀지게 마련이다. 잘못이 드러났다면 그 뒤로는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복마전이 되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 구성원들이 스스로 경계하고 바른 인식을 갖는 기본 정신을 갖추는 일이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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