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돈 될까
정부가 이야기 산업화를 위해 팔걷고 나서면서 민간 쪽의 관심과 수요도 팽창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허둥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생각`부터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영화 `실미도`의 각색자로서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요즘은 이야기 컨설팅사업으로 산업화 전도사로 뛰고 있는 김희재 올댓스토리 대표는 이야기의 사업 접목이 아주 멀리서 찾을게 아니라고 단언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될 수 있다
고작 200년 남짓한 미국 역사에서 디즈니란 걸출한 콘텐츠기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서양과 동양의 다양한 이야기가 원천이 됐다. 영리할 정도로 이야기를 잘 끌어다 썼기 때문이다. 당연히 5000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도 세계인의 눈에 신비롭고 재미있게 비칠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다. 여기에 산업화란 옷을 입히면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소 엉뚱한 것이 돈벌이가 된다
올댓스토리는 최근 약초엿이란 브랜드 제품을 내놨다. 초콜릿이나 사탕 등 서구의 군것질거리에 밀려 사라져가는 엿을 왕실이 먹던 가치 높은 건강 먹거리로 복원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옛것`이 신선하게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할리우드가 최근 한국 영화에 부쩍 관심을 높이는 것도 그 중심에 있는 이야기의 매력과 힘 때문이다. 우리는 익숙하지만, 이방인들에겐 새롭게 비쳐지는 서사의 힘이 바로 한국영화를 떠받치고 있다.
◇자꾸 새로운 가지를 뻗게 하라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사람을 중심에 둔 `인본적` 가치가 강하다.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것도 사람이고, 그것에서 감동이나 감정을 전달받고 느끼는 것도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사람의 관계처럼 새로운 이야기로 파생되고, 새로운 부가가치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전통적으로 시나리오나 희곡이 되기 이전에 대본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이야기는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며 “산업화가 이뤄져 체계화되고 유통구조가 마련되면 이야기는 가치를 지니게 되고 새로운 가지를 뻗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계될 수 있는 분야 무궁무진
관광이나 음식은 물론, 제조산업에도 이야기를 담은 조금의 기획만 더해지면 훨씬 높은 가치가 생겨난다. 이야기를 사고 팔거나, 가치를 매겨 공정하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기존에 있던 산업에 이야기를 접목할 수 있는 수천, 수만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김 대표는 “건전한 거래구조가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표절시비도 점차 사라지고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보호받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