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수백억원을 투입해 구축·운영 중인 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인프라(AMI)가 낙뢰 등의 자연재해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뚜렷한 대비책 없이 올해 사업에도 비슷한 수준의 제품 규격을 적용하고 있어 피해는 계속될 전망이다.

10일 스마트그리드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2010년에 전국 50만가구를 대상으로 구축한 AMI용 통신장비인 데이터집합장치(DCU)의 교체 유지보수율이 10%가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도 AMI 구축사업에 투입된 DCU 1만7000대 중 1785건이 낙뢰와 침수로 유지보수를 받았다. 이는 무상유지보수 기간인 2011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발생한 수치여서 실제 건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제품 교체 비용(개당 80만원선)과 유지보수에 필요한 인건비 등을 합치면 최소 25억원 이상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무상 유지보수 기간(27개월)이 만료됨에 따라 유지보수 협력 업체 부재로 현재 피해 제품의 관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 같이 불필요한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한전은 3년 만에 재개된 올해 200만호 AMI 구축사업에 비슷한 수준의 제품 규격을 적용했다. 한전은 올해 DCU 제품에 기존 낙뢰전류 수용범위를 3KA에서 6KA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낙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낙뢰 솔루션 업체 관계자는 “국제규격(IEC-62305-1, 61643-12)은 낙뢰로 인한 직접 피해는 최소 34KA, 전력선 등으로 유입되는 유도낙뢰는 최소 8KA로 규정하고 있어 한전의 제품 규격 6KA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DCU업체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낙뢰와 침수 고장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제품 규격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한전은 실태 파악조차도 하지 않고 있어 전기요금 일부로 충당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은 계속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경제성과 효율성을 고려해 제품 규격을 단계적으로 강화시킨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침수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품의 외합을 강화했고 낙뢰전류 수용범위도 3KA에서 6KA로 상향조정했다”며 “구축사업을 진행하면서 미진한 부분은 단계적으로 해결할 예정이며 최근에는 DCU 등의 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AMI는 실시간으로 전력가격과 사용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해 수요반응을 가능하게 하고 공급자에게는 더욱 정확한 수요예측과 부하관리가 가능케 하는 국가 스마트그리드의 기초 인프라다. 한전은 2020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전국 2194만가구의 저압수용가를 대상으로 AMI를 구축할 방침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