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라인 무인 자동화시스템 태블릿 PC로 바꿔
삼성전자가 생산라인 무인 자동화 타깃을 스마트폰에서 태블릿PC로 바꿨다. 최근 스마트폰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고 있는 데다 갤럭시S 등 플래그십 모델의 영향력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생산 자동화 프로젝트는 스마트폰에서 태블릿PC로 사업의 중심축을 옮기는 행보에 한층 속도를 더하는 동시에, 특히 중저가 태블릿PC 시장에 미칠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베트남 제2 공장 타이응웬에서 스마트폰 대신 태블릿PC·노트북PC 등 중대형 제품을 주로 생산할 계획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플랫폼 전략을 기반으로 타이응웬 공장을 무인 자동화 수준으로 끌어올려 생산 속도와 수율 향상,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둔다는 목표였다. 전 생산공정을 자동화하고 검사 등 일부 업무에만 인력을 투입하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급속도로 둔화됐고, 중국 업체들이 가격을 무기로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태블릿PC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타이응웬 공장 가동으로 스마트폰 생산 능력이 지나치게 늘어난 상황에서 시장 수요가 둔화되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단일 모델 생산량이 줄면서 자동화 라인 구축이 어려운 점도 영향을 미쳤다. 태블릿PC는 스마트폰보다 시장 트렌드 변화가 상대적으로 느려 라인 전환이 수월하다.
삼성전자는 우선 25개 조립라인을 타이응웬 공장에 설치해 다음 달 중순 가동을 시작한다. 초기 생산 안정화를 위해 일부 라인은 베트남 제1공장 옌퐁에서 이전 설치했다. 2분기부터 연말까지 60~80개 생산라인이 추가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응웬 공장 완제품 생산능력은 연말까지 현 수준에서 4~5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모듈·케이스·터치스크린패널(TSP) 등 핵심 부품도 타이응웬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타이응웬 공장 가동 시점에 맞춰 월 100만개 수준의 태블릿PC용 TSP 생산설비를 구축한다. 6~8인치 태블릿PC용 TSP뿐 아니라 13인치대 노트북PC용 제품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립 라인과 소재·부품 생산라인을 동기화해 리드 타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소재·부품 생산설비도 대형 기기를 주로 채택해 스마트폰에서 태블릿PC로 전환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타이응웬 공장에서 확보한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태블릿PC 출하량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태블릿PC 출하량은 4100만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7000만~800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중저가 태블릿PC 시장에서 상당 부분의 점유율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태블릿PC 시장은 여전히 성장률이 높고 수익성도 아직 높은 편”이라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삼성전자의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