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이스라엘 간 창업보육센터는 몇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뒤집어보면 우리나라 창업보육 사업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좌표를 역산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흥남) 창의미래연구소(소장 손승원)의 창업경제시리즈 마지막인 여섯 번째 보고서 `창업 인큐베이터의 국내외 현황 및 운영사례 분석`에 따르면 창업국가의 성공모델로 불리는 이스라엘은 입주기업의 지원 방식부터 우리와 달랐다.
◇이스라엘선 일부에 `몰빵` 지원
지난 2011년 기준 우리나라 창업보육센터(BI)는 전국 280개다. 입주기업수는 4764개다. 반면 이스라엘은 26개 센터에 200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우리는 BI 한 개당 평균 입주기업이 17개, 이스라엘은 한 개당 7.7개 꼴이다. 집중도 면에서 갑절 이상 차이가 난다.
김주성 ETRI ICT전략연구실장은 “이스라엘 기술인큐베이터는 엄격한 평가를 통해 선정하고 관리 또한 철저하게 이루어진다”며 “우리나라도 입주기업의 소수 정예화를 통한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BI와 이스라엘의 정부예산 지출 내역을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우리가 연간 380억원, 이스라엘이 5000만달러(약 550억원)를 투입한다. 하지만 내역은 판이하다. 우리나라는 380억원 대부분을 BI 설립비에 투입한다. 반면에 이스라엘은 예산 대부분을 운영비와 기업 R&D 자금으로 활용한다. 이스라엘의 창업 성공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지원기관이 건물만 번듯하지 실상 실속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차이는 또 있다. 운영 주체가 우리는 78.3% 이상이 대학이다. 이스라엘은 전문으로 관리하는 벤처캐피털 주도 컨소시엄으로 운영한다. 전문성에서도 경쟁상대가 안 되는 구조다.
우리는 기업 지분 참여도 없기에 난관은 결국 기업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 반면 이스라엘은 인큐베이터가 기업지분의 30~50%까지 참여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지원과 컨설팅이 가능하다.
인큐베이터별 특화분야와 명성에 따라 차별화돼 운영하는 것도 우리와 다른 점이다. 이스라엘은 기술아이디어를 가진 예비 창업자가 자신의 기술에 적합한 가장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한 인큐베이터를 선택, 신청할 수 있다.
◇국내 인큐베이터 현황 들여다보니
우리나라 창업보육센터는 1998년 정부주도로 처음 설립돼 2011년까지 총 3783억원이 투입됐다.
지원예산은 1999년 494억원을 피크로 2005년 163억원까지 줄었다가 다시 회복세를 보여 2011년엔 380억원이 투입됐다.
2012년 기준으로 보육센터는 총 290개가량이다. 대학이 218개, 연구소 27개, 지자체 12개, 중진공 7개, 기타 26개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엔 278개로 12개 줄었다. 현황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경기·인천이 92개, 경북 24개, 충남 21개, 강원 19개 순 등이다.
창업보육센터는 운영 주체에 따라 공공 및 비영리단체와 대학 및 연구기관, 민간 지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공 부문에서는 중기청이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있다. 중기청은 청년창업 CEO양성을 목표로 기술창업을 준비 중인 청년실업자를 선발해 창업계획 수립부터 사업화까지 창업 전 과정을 일괄 지원한다.
중진공은 만 39세 이하의 예비창업자 300명을 모아 일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대학부문에서는 KAIST의 창업보육센터가 대표적이다. 창업 후 2년 미만 신생기업 또는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스타트업과 창업 후 5년 이내의 점프업, 창업 후 5년 넘은 혁신기업인 히든 챔피언 등 3개 분야로 나눠 입주자격을 부여한다.
민간 부문에서는 SK그룹이 SK플래닛을 통해 IT, 특히 모바일 관련 창업희망자를 대상으로 창업과정을 지원하는 상생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는 앱 론칭 후 2개월간 다운로드 성과에 따라 최대 3200만원을 지원받는다. 개발비는 론칭 후 2개월간 다운로드 1000건 이상이면 300만원을 지원받는다. 장점은 스마트폰 T스토어를 이용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등록, 유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그룹은 삼성SDS가 에스젠 에코 네트워크(sGEN Eco Network)를 운영 중이다. 동반성장 기반 구축이 목표다. 선발과정을 거쳐 이 프로그램을 졸업하면 삼성SDS 파트너십으로 활동하게 되고, 벤처캐피털 등과의 연계지원이 이루어진다.
KT는 국내 SW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클라우드 인큐베이션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민간·공공복합센터 주도형으로 벤처기업협회의 서울벤처인큐베이터가 있다.
◇시스템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이번 보고서를 낸 연구진은 인큐베이터가 액셀러레이터와 연계를 통한 일관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졸업한 스타트업을 우선 입주시켜 창업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 나아가 해외 인큐베이터와의 연계 확대도 제안내용에 담아 놨다.
산업·수요 특성에 따른 전문화와 지역별로 특성화된 인큐베이터 육성도 주장했다. 현재 소수 IT, 바이오, 특화BI, 앱개발, 문화콘텐츠, 인큐베이팅펀드, 녹색성장, 의료기기 등 소수 특성화된 인큐베이터가 있지만, 보다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지역별로는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특성화된 산업위주의 인큐베이터 육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연구진들은 또 시설 제공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인큐베이터 입주 경쟁률 강화를 주문했다. 소수 정예 기업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주성 실장은 “보육 매니저 자격 및 교육 시스템을 강화해 인큐베이터 지원의 질을 높여야 한다”면서 “인큐베이터 매니저도 전문화해야 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자료:ETRI)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