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 일체형 터치스크린패널(TSP)로 중저가 스마트폰·태블릿PC 시장을 공략한다. 프리미엄 시장 일변도였던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구조를 전면 개편하려는 전략이다. 세계 최대 AM OLED 업체인 삼성이 보급형 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AM OLED=프리미엄`이라는 등식이 깨지는 동시에 시장 저변도 급속히 확대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대표 박동건)는 올 2분기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타깃으로 슈퍼 아몰레드(AM OLED+온셀 TSP)와 LCD 일체형 TSP를 내놓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저가 스마트폰용 슈퍼 아몰레드를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저가 슈퍼 아몰레드는 종전 제품보다 해상도가 낮고, TSP 구조도 단순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그동안 슈퍼 아몰레드는 갤럭시S·갤럭시노트 시리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만 주로 쓰였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침체되면서 슈퍼 아몰레드 수요도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슈퍼 아몰레드 생산라인 가동률이 상대적으로 하락했다. 중저가 슈퍼 아몰레드가 생산되면 라인 가동률은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전문가는 “슈퍼 아몰레드는 인치당 10달러를 훌쩍 넘는 비싼 가격 탓에 삼성전자도 부담스러워할 정도”라며 “LCD와 가격 경쟁에 밀리는 AM OLED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느 정도 먹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저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을 타깃으로 LCD 일체형(LCD+온셀) TSP도 개발 중이다. 컬러필터 공정에 TSP 공정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추가 설비 투자 부담이 적고, 레티나급 LCD를 장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동안 LCD 일체형 TSP는 터치 칩 문제로 상용화가 어려웠다. 액정에서 발생하는 노이즈가 터치 칩의 오작동을 일으키는 탓이다.
그러나 최근 팹리스 업체들이 정전용량 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칩을 내놓으면서 노이즈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LCD 일체형 TSP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대부분 자체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LCD 유리 상하판을 신 글라스(thin glass) 공정으로 식각한 후 TSP를 가공해 협력사들이 취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만 TPK·CPT 등 업체들이 일부 외주가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디스플레이 일체형 TSP가 프리미엄 시장뿐 아니라 중저가 시장에도 진입한다면 TSP 전문업체들이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TSP 시장에서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주도권을 쥐는 쪽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