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회사들이 감청설비를 의무적으로 구비하도록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미 정보기관 요원 스노든의 폭로로 통신 및 인터넷 감시에 대한 우려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빅브라더 논쟁이 또 다시 벌어질 전망이다. 이동통신사들은 속앓이를 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사생활과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위 `휴대폰 감청` 법안이 연초 국회와 보안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17대, 18대 국회에서 논의되다 최종적으로 폐기됐던 감청법안과 유사한 법안이 또 다시 19대 국회에서 발의됐기 때문이다. 법안 발의에는 서상기·김태환·조명철·윤재옥·박인숙·송영근·조원진·권성동·이한성·이철우·정문헌·김성찬·이장우 의원 13명이 참여했다.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합법적 통신제한 조치를 집행할 수 있도록 통신사에 대해 감청에 필요한 장비 구비를 의무화했다. 통신업체에 감청 협조설비가 갖춰지지 않아 휴대폰 감청이 불가능하다는 게 의원실 설명이다. 물론 감청장비 구입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선 20억원 이하의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행강제금을 1년에 1회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으로 관련 기술 자문 및 표준제정을 위한 `통신제한조치기술자문위원회`를 설치토록 했다. 위원장은 미래부 장관이 맡도록 한다.
서상기 의원 측은 “유선전화와 달리 이동단말기는 현재 통신사업자의 협조가 있어야만 감청을 할 수 있다”며 “지능화되는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차원에서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영장을 통한 감청허가를 받더라도 강력 범죄자 또는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경우 선제대응과 범죄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통화 내용과 인터넷을 통해 오간 내용 확인을 위해선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국정원 개혁특위는 반발하고 있으며 시민단체들 역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상기 의원이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휴대폰을 포함한 모든 통신수단에 대해 `합법적 감청`을 가능하게 하는 초헌법적인 발상의 법안”이라고 비난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