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조업 로드를 가다]중국-⑤서부 내륙/ 대표 도시 '충칭'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충칭(重慶)`. 언덕이 많아 중국에서 유일하게 자전거를 찾기 힘든 대도시다. 양쯔강과 자링강이 만나, 과거부터 물자가 풍부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산업화에는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내수 산업만이 조용히 싹을 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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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의 변화를 보면 서부 대개발에 대한 중앙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충칭이 직할시가 된 것은 지난 1997년. 쓰촨성에서 분리돼 직할시가 된 후 중요한 공업 지역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0년에는 `량장(兩江)` 신구를 국가급 개발 특구로 승인했다. 2000년대 후반 들어서는 시골 곳곳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비롯해 교통 인프라가 구축됐다. 충칭은 2012년 보시라이 사건 이후 한동안 정치적인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 다시 활력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충칭의 100대 기업 매출액은 9605억 위안(약 167조 4700억원)으로, 지난 2005년 1475억위안(약 25조 7200억원)보다 6.5배가량 증가했다. KOTRA 관계자는 “충칭 100대 기업의 총 자산은 1조7000억 위안(약 296조원)에 달해 10년 전보다 9배나 급증했다”며 “충칭이 거대한 발전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에 이어 대표 IT 생산기지로

충칭은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생산 거점이면서 오토바이는 가장 많이 생산한다. 충칭이 자동차 생산 중심지로 발전한 것은 열악한 물류 환경의 영향도 컸다. 물류가 낙후된 탓에 아예 생산기지를 이곳에 짓는 것이다.

충칭 자동차 시장은 지금도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충칭의 자동차 생산량은 115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는데, 판매량은 115만 6000대로 21%가 늘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충칭을 새 공장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잇따른 진출로 인해 IT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2011년 12차 5개년 계획에서 `2+10` 산업 건설 방안도 제시됐다. 2는 1억대 규모의 컴퓨터 생산 기지와 데이터 처리센터 건설을 의미한다. 10은 통신 설비, 첨단 집적회로, 친환경차, 철도·교통 등 유망 산업을 일컫는다. 향후 5년내 이 지역의 주력 산업이 자동차에서 IT 산업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충칭은 오는 2015년까지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복사기 등 IT 산업에 3000억 위안을 투자해 1조 위안(약 174조원)의 생산 능력을 달성할 계획이다.

IT 산업이 발전하면서 물류 인프라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IT 제품의 특성상 유럽까지 40일이 걸리는 `내부 수운+해상` 방식의 복합 운송은 문제가 많다. 그렇다고 항공 운송에만 의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은 아예 유럽까지 철도를 연결했다. 지난 2011년 충칭에서 출발해 독일까지 이르는 고속철이 개통된 것이다. 중국 충칭과 유럽 간 국제 화물철도(위신오우)는 충칭을 출발해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에 이른다. 과거 비단과 향료를 날랐던 실크로드의 이름을 따 `신실크로드`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외 기업 진출 현황

자동차와 노트북PC 관련 업체들의 진출이 가장 활발했다. HP·에이수스·에이서 등 노트북PC 업체들과 폭스콘·콴타 등 OEM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완성차 업체로는 포드가 중국 창안자동차와 합작해 세운 창안포드가 있다.

국내 업체들의 진출도 이어진다. 포스코는 최근 중국의 충칭강철집단과 손잡고 충칭에 연산 300만톤 규모의 일관 제철소를 건설키로 했다. 또 SK종합화학은 연산 20만톤 규모의 부탄디올(BDO) 공장 설립을 위해 중국 국영기업 시노펙과 합작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1년 충칭에 공장을 건설한 데 이어 기존 공장 옆 부지에 추가적으로 승용차용 타이어 공장을 착공했다.

하지만 국내외 기업들의 잇따른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이 지역이 저부가가치 조립 생산 기지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첨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충칭이 우선적으로 고급 인력을 적극 확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톈진(중국)=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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