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당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휴대폰 불법 보조금 경쟁이 다시 불거지면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해졌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단속과 과징금 부과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이동통신업계 가입자 유치 경쟁 패러다임이 보조금에서 통신료와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될 수 있는 법·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발한 보조금 과열
이동통신 시장의 보조금 과열은 매번 반복돼 왔다. 통신사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쉽게 택할 수 있는 수단이 보조금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보조금 과열 역시 일부 통신사가 지난해 감소한 가입자를 회복하기 위해 나선데다 이를 수성하기 위한 경쟁사업자의 방어적 성격의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달아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 통신사들도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서비스와 요금제 경쟁을 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보조금만큼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경쟁 수단이 아니라서 매번 보조금 카드를 다시 꺼내들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방통위의 보조금 조사 방식과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보조금 제재 후 방통위 조사가 종결돼 감시 부담이 줄어든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나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소비자 차별 지속
보조금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 차별이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소비자 차별은 발생했다. 지난달 20일에 LG G2나 베가 시크릿업을 구매한 사람은 지난 1일에 구매한 사람보다 20만~30만원의 가격을 더 냈다. 또 1일에 구매한 사람은 3일 오후에 구매한 사람보다 10만~20만원을 더 냈다. 불과 며칠 차이에 같은 휴대폰 가격이 수십만원까지 차이가 난 것이다. 심지어 같은 날 휴대폰을 구매한 사람도 정보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휴대폰 가격은 차이가 크다.
◇단통법 조기 시행으로 해법 모색
통신업계는 보조금으로 인한 시장 혼란과 소비자 차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통법 제정을 통한 새로운 유통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시하면 소비자 차별 여지가 줄어든다.
통신사도 예측 가능한 사업을 펼칠 수 있고, 보조금이라는 경쟁 수단이 사라지면 요금제와 서비스를 통한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작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도 요금인하 등의 혜택이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일부 제조사가 우려하는 영업비밀 유출 우려와 같은 세부 문제점의 보완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보조금 경쟁이 치킨게임임을 알지만 브레이크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세부 문제점을 보완한 단통법을 도입해서 새로운 유통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