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조업 로드를 가다]중국-③비싸진 중국, 기업들은 생존 전략 수정 중

중국 웬만한 도시 물가는 서울을 넘어서고 있다. 그 중에서도 상하이는 어느 정도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도시다. 글로벌 기업이 몰려있는 푸둥지역 주변은 40~50㎡ 크기 주택 임대료가 월 5000위안(약 86만8650원)에 달한다.

특히 외국인은 치안 문제나 자녀 교육 때문에 고급 화원(花園, 아파트 단지)에 사는데, 일반 주택에 비해 임대료와 관리비가 비싸 4인 가족이 거주하면 임대료만 한국 돈으로 월 300만원이 든다.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면 생활비는 수직 상승한다.

지난해 9월 상하이가 자유무역구(FTZ)로 지정되면서 임대료는 더욱 상승할 조짐이다. 각 기업의 지사 운영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전세계 금융·소비 중심지에서 철수할 수도 없다.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현지에서 만난 SK텔레콤 한 직원은 지난해 초 홀로 부임했다. 얼마 전부터 이 회사는 1년 이하 파견 직원들은 `장기 출장자`로 분류해 가족 생활비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대만 직원들은 홀로 부임하고 한국 직원들은 가족이 다 같이 이주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물가는 가족 문화까지 바꿔놨다.

정규직원 보다 파견 인력을 이용해 경비를 절감하는 업체도 있다. 상하이 지역에 진출한 한 중견기업은 생산 직원 상당수를 인력 파견 회사를 통해 모았다. 이 회사 지사장은 “시장·생산 상황에 따라 인력 규모를 유연하게 조정하기 위해 점점 파견 인력을 늘리고 있다”며 “생산 비용이 올라가고 있어 우선 줄일 수 있는 부분부터 최소한으로 유지하자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거리가 가까운 점을 이용해 한국에서 고객사에 대응하는 회사도 다수다. 영업은 대리점을 통하고, 문제가 생기거나 계약건이 있을 때 그때 그때 중국에 출장을 간다. 미국·유럽 업체에 비해서는 유리하다곤 하나 중국 현지 업체보다는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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