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신년기획]하마둔 투레 ITU 사무총장 "한국에서 `디지털 사회`를 이룩하는 방법을 배운다"

올해에는 40억명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인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생물 다양성 분야의 최대 규모 유엔 국제회의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등 여러 굵직한 국제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그 중에서도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2014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는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 최대 규모 ICT 분야 국제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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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열리는 ITU 전권회의에는 193개국에서 ICT 관련부처 장차관 등 행사 관계자만 3000여명이 참석한다. 이들이 모여 글로벌 정보통신 분야의 정책방향을 수립하고 국제주파수와 위성궤도 관리, 국제 표준화 등 국가 ICT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서 공조 정책을 마련하는 회의다. 우리나라는 1952년 1월 ITU에 가입한 이후 60여년 만에 전권회의를 유치하는 쾌거를 이뤘다. 아시아에서는 1994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ITU를 이끌고 있는 하마둔 투레 사무총장은 전자신문과 올해 ITU 전권회의 개최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10월 부산에서 세계 제일의 전권회의가 열릴 것으로 크게 기대하며 하루하루 날을 꼽고 있다”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ICT 산업의 수준을 크게 높여주고 있다. 이러한 리더십이 ITU 회원국들에 영감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ICT 산업에 경외감도 내비쳤다.

-2011년 부산이 차기 전권회의 개최지로 확정된 이후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과 부산을 방문했을 때 본 준비 상황이 매우 인상 깊었다. 한국이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재확인했다. 부산은 그 자체로도 매우 훌륭한 도시고 회의장 시설도 세계 일류 수준이다. 최근 ITU 실사단이 부산을 또 방문했는데 매우 좋은 평가 결과를 내놨다. 이번 전권회의가 향후 행사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 믿는다.

-ICT 전문 분야 행사라 ITU 전권회의에 일반 시민의 이해도가 아직은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ITU는 UN의 ICT 분야 기구로 전권회의가 개최되면 193개 회원국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전권회의에서는 ICT 발전을 목표로 하는 주요 우선순위와 전략을 수립한다. 여기에는 국제 주파수와 위성궤도 관리, 국제표준화, ICT 혜택에 전 인류의 동등하고 적절한 접근성 등의 사안이 포함된다.

ITU 전권회의 의제에는 △ICT 분야 여성 참여와 장애인 접근성 강화 △전자폐기물(E-waste)·친환경 이슈에 대응하는 기준과 규제 수립 △온라인 아동보호 △차기 4년을 위한 전략계획·재정계획 수립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는 전권회의에서 논의될 수많은 이슈 중 일부에 불과하다.

-2014년 ITU 전권회의가 미치는 파급효과는.

▲3주간의 뜨거운 토론 끝에 결론이 도출되기 때문에 아직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ICT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모든 영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어 적정한 가격을 이용한 ICT 접근성 강화(more affordable access to ICTs)로 의사결정 과정을 포함한 필수 정부 서비스에서 시민 참여와 접근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UN기구 유일의 민간 부문 회원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민관 협력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예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번 회의의 핵심인 글로벌 연결성(connectivity) 강화로 디지털 경제에 참여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전권회의에서 주목받는 의제 중 하나가 `인터넷 거버넌스`다. 2012년 12월 두바이에서 열린 WCIT(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 이후로 이 문제는 정부와 민간 부문의 역할론 등에 각 국가가 의견을 달리하는 ICT 분야 핵심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ITU가 주관한 이 회의는 구글·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신 규제 대상으로 삼고 그 범위를 정부 간 논의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뜨거운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전권회의에서 인터넷 거버넌스가 얼마나 깊게 논의될지는 ITU 회원국들에 달렸다. ITU는 인터넷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 그저 정부, 시민사회, 민간 부문과 기타 주요 이해관계자가 인터넷 관련 공공정책 이슈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자 한다. 지난 WCIT-12 결과물인 ITR(국제전기통신규칙) 개정판에는 이미 모두가 인터넷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주요 정보기반시설 보호 국제합의와 ICT 접근 세계 시민의 권리 등도 포함된다.

WCIT-12가 개최된 몇 달 후인 지난해 5월 ITU는 제네바에서 세계통신정책포럼을 개최, 인터넷 관련 공공정책 이슈를 심도 있게 검토했다. 여기에서 도출된 주요 권고 사항으로 보다 효과적인 인터넷 거버넌스 모델 수립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인터넷은 우리가 가진 가장 가치 있는 글로벌 자원 중 하나로 인터넷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일은 모두의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다.

최근 인터넷과 관련해 발생한 `국제적인 사건`(NSA의 도청 등) 또한 정부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좋은 이유다. 그 어떤 이해관계자에도 우세가 치우치지 않는 협력으로 보다 민주적이고 동등한 접근성을 이룰 수 있다.

또 인터넷 생태계는 각기 다른 역할과 우선순위를 지닌 다양한 국제·지역·국가기관, 정부, 다국적 기업을 포함한 민간 부문, 학계 및 기타 이해관계자로 매우 복잡하게 구성돼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터넷 가치의 보존과 개선, 적절한 리스크 관리를 보장하려면 모두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 ITU는 이러한 노력에 참여하고자 하며 전권회의에서 충분히 선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0월 `ITU 라운드테이블`에서 특허 분쟁에도 개입했다. 아직 한국의 삼성전자와 미국 애플의 특허 분쟁은 진행 중이다.

▲기업이 혁신보다 소송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기 시작하면 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쟁당국을 포함한 특정 이해관계자는 표준관련 특허소송의 증가와 표준특허가 시장에서 경쟁자를 배제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규제 기관은 표준 특허가 양자 라이선스 협상에서 표준 시행기관(standards implementers)에 보다 높은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는 특허지체(patent hold-up)라고 알려진 행위다. RAND(표준특허의 합리적·비차별적 활용)를 저해해 표준시행자에 불이익을 안겨주며 결국 인상된 저작권료를 부담해야 하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되돌아간다.

RAND에 입각한 표준특허 라이선싱은 표준개발과정의 초석으로 최첨단 특허기술이 기술표준에 포함되도록 장려하는 동시에 표준특허 보유자가 자발적 기술표준의 광범위한 도입으로 얻게 되는 지배적 시장위치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명확하고 투명한 특허정책을 시장주체에 제공하는 것이 전반적인 산업계의 혜택으로 돌아온다고 믿는다. ITU는 ICT 분야의 효과적인 RAND 기반 정책을 개발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또 전 세계에 다양한 회원국을 가진 UN 기관으로서 ITU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논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중립적인 국제 포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

-글로벌 ICT 분야의 또 다른 뜨거운 감자는 한국 카카오톡·미국 넷플릭스와 같은 OTT(Over the top) 사업자의 부상과 이로 인한 망 중립성 논란이다. ITU의 지향점은?

▲이는 수년간 ITU 회원국이 적극적으로 논의해온 매우 중요한 이슈다. 전통적 통신기업은 인프라 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하면서도 해당 인프라가 오히려 OTT라는 새로운 주체, 즉 새로운 통신서비스, 비디오스트리밍 서비스와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 등에 주로 혜택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이는 망 사용 지불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또는 특정 콘텐츠제공자는 네트워크에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이 이슈가 완전히 해결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ITU에서는 세계통신정책포럼과 같은 플랫폼에서 상호 이해, 공조와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논의의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나는 인터넷과 텔레콤 세상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늘 강조해왔으며 둘 사이의 균형을 찾아 모두를 위한 윈윈 전략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주체 간 균형을 찾는 논의에서 더 나아가, 인터넷 연결성을 확대하고 실현 가능한 투자모델을 수립해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수요소다. 그와 동시에 네트워크의 가치는 바로 OTT로부터 제공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제로섬 게임`이라기보다 오히려 적절한 해결책으로 OTT 소비자가 늘어나고 통신기업의 자금원이 확대되며 보다 많은 사람이 ICT 기반 경제와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의 ICT 산업과 규제 환경에 대해 평가한다면.

▲개인적으로 세계 일류 수준인 한국의 차세대 네트워크와 인프라에 큰 감명을 받았다. 한국이 활기찬 지식 경제를 지닌 글로벌 혁신리더로 인정받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전반적인 생태계가 전격 가동되고 있는 나라다. 특히 최첨단 휴대폰 시장에서 보여주는 리더십, 최신기술 트렌드에 민감한 국민, 높은 교육수준, 글로벌시장을 겨냥하는 강력한 혁신분야 등 전 분야가 매우 활발하다. 무엇이든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가 잘 맞물려야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25년도 더 된 정보화진흥원(NIA)과 KADO의 설립에서부터 이후 통합에 이르기까지의 비전과, 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같은 많은 연구기관이 매우 인상 깊다. 또 항상 기술이 우선적으로 개발되지만 견고한 규제와 정책 환경이 따라야 기술 접근성이 생기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모범이 됐다. 또 세계 최초로 과학, ICT와 미래계획을 연계한 부처를 설립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리더십을 선보인 바 있다. 이 모든 요소가 한국을 특별하게 만든다.

-개최국 한국 시민에게 격려와 당부를 해달라.

▲지난 3년간 한국은 ITU 정보사회 측정보고서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세계적 기술 혁신 리더로 앞서 나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 ITU의 제일 중요한 행사를 개최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장소다. 2014년 전권회의는 향후 몇 년간 ITU의 주요 우선순위와 계획을 결정지을 것이며 이는 글로벌 ICT 기반 정보사회와 모두가 인터넷 연결성(connectivity)의 혜택을 받는 세상, 정보 접근성에서 더 나아가 디지털경제에 모두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세상의 기반이 된다.

즉, 부산에서 결정되는 사항들은 전 세계 시민의 삶에 영속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하마둔 투레(Hamadoun Toure) ITU 사무총장은=아프리카 말리 출신인 투레 사무총장은 말리 우편통신청 국제위성국, 국제전기통신위성기구(INTELSAT), 국제 위성기업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1998년 ITU에 합류한 ICT 분야 전문가다. ITU에서 전기통신개발국 국장을 역임하고 2007년 사무총장에 당선됐다. 2006년 재선돼 지금까지 ITU를 이끌고 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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