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창조국방`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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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덕에서는 국방의 창조경제화가 화두다.

국방 부문은 창조경제의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다. 그만큼 두터운 벽에 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터지기만 하면 창업이든 무엇이든 봇물 터지듯 대박 날 공산이 크다.

창조국방에 불을 댕긴 시점은 지난 5월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방문했던 국방과학연구소(ADD) 방명록에 `자주국방과 경제발전의 산실`이란 말을 적어 놓으면서부터 시동이 걸렸다.

MB는 취임 5년차인 지난 2012년 4월 ADD를 처음 찾아 `자주국방을 향한 창조적 도전`이란 말을 남겼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간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국방론`이다. 경제라는 단어를 자주국방과 대등한 축에 놓은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비상이 걸린 건 ADD다.

당장 첨단 국방기술의 민간이전 확산 사업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군 기술의 민수 사업화 성공 여부에 주위 관심도 급증했다. 군 기술이 다 그렇듯 2% 부족한 건 용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실용성과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 그만큼 사업화 가능성이 크다. 방사능이나 화학무기 오염을 해독하는 화생방 기술이나 압전 단결정 응용 초음파 센서 등 수십억~수백억원을 들인 고급 기술이 즐비하다.

기실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이 벤처 생태계의 `모델`로 거론하는 실리콘밸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방벤처가 주류다.

지난 2006년 중도퇴임하기까지 2년간 KAIST 총장을 지낸 로버트 러플린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국방벤처를 키우지 않는 한국과 대덕을 `이상한 나라`같이 늘 얘기했다.

러플린 전 총장은 “한국은 실리콘밸리를 이상적인 모델로 알고 있지만 수만 개에 이르는 기업들이 미국 정부 사업, 특히 국방과 관련한 일을 한다”며 “실리콘밸리의 번성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미국 정부와 국방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하곤 했다.

이스라엘은 한걸음 더 앞서는 나라다. 인터넷과 구직전단에 `8200부대 출신 원함`이라고 특정부대 이름을 거론할 정도로 군 출신을 인정한다. 이스라엘 고교생들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대학 가기 위해 머리를 싸매듯 이스라엘방어군(IDF) 엘리트 유닛에 들어가기 위해 절치부심할 정도로 군의 학습체계와 사회가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

제대하면 일반 대학 나온 수준을 웃도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신성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이 생각날 때마다 던지는 얘기가 있다. 지식창조형 과학기술인력 10만 양성론이다. 고민해볼 문제다. 족히 5만명은 군에서 교육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 우수한 인력은 제대 전 치밀한 교육을 통해 각 분야 전문가로 키워 낼 수도 있다. 군을 청년 창업의 요람으로 만드는 것, 한번쯤 연구해볼 화두다.

관건은 적절한 제도를 어떻게 시행하는지다.

전국을 대상으로 국방벤처 클러스터를 조성하자는 주장은 한번 들여다볼 만하다. 신도안 3군본부와 ADD, 출연연구기관 20여개, 대기업 연구소 30여개가 몰려 있는 대덕을 기술 허브로 삼고 부산, 창원, 울산, 광주, 춘천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60만 군을 모든 산업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보는 것은 어떤가.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