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많은 사람은 탈도 많이 난다고 합니다. S사 A 사장은 올해 유달리 `화마(話魔)`가 낀 듯합니다. 이런저런 말 때문에 구설수에 자주 올랐는데요. 지난 5월 자사 안전 사고와 관련 기자들이 의견을 묻는 질문에 “몰라요, 나는 돈만 많이 벌면 되잖아”라고 해서 질타를 받는가 하면 동종 업계 타사를 `기술력 없는 일부 업체`라고 표현해 또다시 유명세를 탔습니다.
A 사장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좋은 실적이 든든한 배경이 됐기 때문인 걸로 보는 쪽이 많습니다. 연말 정기인사에서 여러가지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 사장으로 영전한 것도 그 덕분이겠지요. 하지만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은 오해하지 말라고 합니다. “워낙 솔직하고 거침없는 성격인데다 스스로를 포장하지 않는 것 뿐”이라고 하네요.
○…올해 소재 업계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개정안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연구개발(R&D)용 소량 사용 물질도 일일이 등록·심사를 받아야 하는 조항 때문에 대응책을 고심해야 했던 것이죠. 이 와중에 더욱 원성을 들었던 인물이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 B씨는 업계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 “난 변호사 자격증도 있는 사람이다. 법에 대해 따지지 말라”라든가 “업계 설명이 별로 설득적이지 않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참석자들의 가슴을 치게 했습니다. 하지만 B씨의 의견 청취와 여론 파악 노력 덕분에 화평법 시행령은 산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독소조항을 보완하게 됐습니다.
○…사업계획대로만 실적이 나와 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올해 소재부품 업계 실적 양상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업체들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다 3분기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했죠. 스마트폰 시장 영향이 컸습니다. 통상 소재부품업체 실적은 3분기 정점을 찍고 4분기 재고조정 영향으로 소폭 하락하죠. 올해는 이런 법칙이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2분기 때 기업설명회를 진행한 업체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죠. 3분기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보고 사장이 직접 나서 투자자들에게 공격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업체도 많습니다. 이런 회사 사장들은 본의 아니게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짓말쟁이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해에는 투자자와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시장 상황이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동안 소재부품가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름이 많이 오르내린다는 건 한편으로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반증입니다. 신망을 받는 인물도, 원망의 대상이 된 사람도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리는 건 마찬가지 입니다. 올해 덕(德)을 못 쌓아 아쉽다면 내년에 선행을 베풀고 올해 존경을 받았으면 내년에 더 잘 살면 되겠죠.
매주 월요일 국내 소재부품 업계와 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울고 웃는 이야기를 전한 `소재부품家 사람들`이 이번회로 끝납니다. 새해에는 더욱 재미있는 현장 소식을 전하는 `소재부품家 뒷이야기`가 연재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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