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신년특집]지구촌에 통하는 한국 제조 스타일

우리나라 제조업은 전후 60년간 눈부신 성장세를 거듭하며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는 지난해 2010년 지표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 지수가 일본, 독일, 미국에 이어 4위라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11년 국내 제조업 부가가치 경제 비중을 31%로 집계했다. 독일(23%), 일본(19%), 미국(1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2014 신년특집]지구촌에 통하는 한국 제조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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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11` 마케팅

국내 제조 산업은 탄탄한 기술력과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전력기술, 에너지저장장치(ESS), 모바일 디바이스, 통신장비, 보안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선진국에게 자금과 기술을 지원받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세계 시장에 국제 표준을 제공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탈바꿈 한 셈이다.

◇글로벌 스탠다드 코리아

미국·일본·유럽 등 산업 선진국은 과거 자국이 보유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수많은 국제 표준을 제시하면서 세계 제조 산업을 좌우했다. 우리나라 제조 기업들은 현재 세상에 없었던 혁신적 기술과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한국 표준이 곧 국제 표준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곡면 TV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13`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55인치 크기 곡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나란히 선보이는 깜짝쇼를 연출했다. `TV는 평면`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등장한 곡면TV는 각국 언론과 소비자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양사는 같은 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초고화질(UHD) 화면을 구현한 곡면 TV를 선보이며 한 단계 향상된 기술력을 과시했다. 일본 소니는 당시 65인치 크기 곡면 LED TV를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올해 CES에서는 양사가 각각 LCD 패널을 탑재한 세계 최대 크기 105인치 곡면 UHD TV를 공개할 예정이다.

통상 LCD 패널은 OLED보다 곡면 형태를 구현하기 어렵다. 빛을 발산해 디스플레이 화면을 구성하는 백라이트유닛(BLU)이 패널 뒤쪽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OLED는 각 픽셀이 스스로 발광하기 때문에 별도 BLU가 필요없다. 그동안 곡면 TV에 OLED 패널이 주로 탑재된 이유다. 양사는 독자 기술력으로 LCD 디스플레이 패널이 지닌 구조적·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이제 막 개화한 곡면TV 시장에 국제 표준을 제시했다.

◇기술 차별화로 선두를 앞서다

국내 제조 업계는 후발주자로 진입한 해외 시장에서 기술 차별화 전략을 기반으로 경쟁사를 따돌리며 시장 선두 자리를 꿰찼다.

현대자동차 전략 모델 쏠라리스(국내명 엑센트)는 지난해 러시아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11만대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하며 3년 연속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단일 차종으로는 현지 아브토바즈(AvtoVaz)가 판매한 라다 그란타(Lada Granta)에 이어 2위다.

쏠라리스는 국내 내수 모델과 달리 저온에서도 시동이 잘 걸리는 배터리, 와이퍼 결빙 방지 장치, 급출발·급제동 경보장치 등을 탑재했다. 러시아 현지 추운 날씨와 운전 문화를 반영해 맞춤형 기능을 제공한 것이 포드, 도요타, 닛산, 폭스바겐, 쉐보레 등 글로벌 경쟁사를 제치고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다.

LG전자는 지난 2005년 세계 최초로 스팀(수증기) 기능을 탑재한 드럼세탁기로 월풀, 익렉트로룩스, 보쉬 등이 장악했던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에서 2007년 부터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물·전기 소모량이 많은 기존 삶는 세탁 방식을 스팀 기능으로 대체하면서 에너지 절감 효과를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회사는 2년 간 연구·개발을 진행해 고농도 세제수로 의류를 적신 후 드럼 내부를 수증기로 채워 삶은 것 같은 효과를 구현하는 스팀 기술을 선보였다.

◇맞춤형 마케팅으로 세계를 홀리다

쿠쿠전자는 지난해 러시아 시장 진출 10년만에 전년 대비 150% 상승한 15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파워블로거·요리전문가 등을 초청해 시연회를 진행하면서 입소문을 내는 한국식 바이럴 마케팅이 현지 시장에서도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올해 러시아 최대 양판점 미디어마켓에 이어 엠비디오에 입점해 유통망을 강화하며 연 매출을 지난해보다 33%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를 소재로 대규모 글로벌 마케팅 `갤럭시11`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유럽, 남미, 북미 등에서 유명 축구선수 13명을 모델로 기용한 것이 특징이다. 월드컵을 맞아 각국 인기 축구선수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면서 주요 공략 국가에 갤럭시노트3, 갤럭시기어, 갤럭시노트 10.1, 갤럭시S4 줌 등 주력 제품을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유튜브에 한 명씩 공개한 선수 별 영상은 매회 수백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폭발적 관심을 끌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광장과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영국 런던 피카딜리 광장에 자사 스마트폰 `G2`를 홍보하는 대형 옥외광고를 설치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해마다 수천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세계 명소를 마케팅 장소로 낙점했다.


세계 제조업 경쟁력 순위

자료: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2012∼2013년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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