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국 알리바바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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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去(취)IOE`. 최근 중국 정보기술(IT) 시장에서 널리 회자되는 용어다. IBM(I)·오라클(O)·EMC(E)를 `제거한다(去)`는 의미다. 여기에 최근 시스코(C)까지 포함해 `취IOEC`로 확장됐다.

어원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에서 나왔다. 알리바바그룹은 여느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IBM 서버와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 EMC 스토리지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갈수록 유지보수 비용 부담이 커졌고, 시스템도 과부하 상태로 한계에 다다랐다. 이에 왕잰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취IOE` 전략을 공개적으로 선포, 단계적으로 이들 시스템을 없앴다.

이후 중국 IT 시장은 변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취IOE` 전략에 합세했다. 최근엔 중국 정부까지도 동참 의사를 적극 밝혔다.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 국가안보국(NSA) 감시 프로그램 `프리즘`이 IBM과 같은 글로벌 IT 업체에서 흘러나온 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취IOE` 전략이 `국가전략`으로 언급될 정도다. 중국은 이들 기업들의 시장독점 환경을 깨고 빠르게 국산화를 실현해 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오라클 DB만을 표준시스템으로 사용해 왔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국산 DB `티베로`와 무제한 라이선스 계약(ULA)을 체결했다. 알리바바그룹과 시스템 교체 배경은 대동소이하다. 늘어나는 유지보수 비용과 기술 종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택했다. 6개월이 넘는 기나긴 성능검증(PoC) 기간을 거쳐 최종 결정했다.

무조건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제품과 국산 제품을 동일선상에 놓고 최적의 제품을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선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기업의 이 같은 혁신 전략에는 다양한 성장통이 수반된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CIO는 `취IOE` 전략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때 마다 숨기지 않고 업계에 적극 도움을 청했다. 내놓으라는 자국의 전문가들이 나서서 해결했다. 현대·기아차도 분명 좌절의 상황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알리바바그룹처럼 전략 공유로 성장통을 이겨내길 기대해 본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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