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노베이션 DNA]자라의 `속도 우선 공급망관리(SCM)`

1975년 스페인 라 코루냐에서 문을 연 `자라(Zara)`는 2013년 87개 나라에 2000개 가까운 매장을 가진 세계적 의류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른바 SPA라 불리며 기획부터 생산·물류·유통을 직접 맡아 하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 산업의 대명사다. 지난해 105억 유로(약 15조1900억원) 매출을 올린 자라는 올해 110개 매장을 추가로 열었다.

[글로벌 이노베이션 DNA]자라의 `속도 우선 공급망관리(S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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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위치한 자라의 공장 <자료:뉴욕타임스>

IT업계가 자라의 모델에 주목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다. 버버리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해 소매점 전략을 맡긴 애플처럼 대부분 IT기업이 의류·식품 등 소비재 기업 DNA를 심으려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갈수록 짧아지는 전자제품 공급망관리(SCM) 역량을 높이고 변덕스런 소비자 기호에 맞춰 수시로 매장 제품을 바꾸는 기민함을 배우려는 것이다. 자라는 삼성이 고위 임원을 주축으로 벤치마킹을 시도한 비 IT 기업 중 하나다.

◇비싼 공급망…`빠른 속도`에 중점=자라의 SCM은 의외로 단순하고 명료하다. 비용보다 속도를 중시한다.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 대신 그 돈을 생산과 물류에 쓴다. 세계 수천 개 매장 매니저는 일주일에 두 번 주문을 넣는다. 옷은 기차나 배 보다 비행기나 트럭으로 신속하게 존달된다.

공장의 50%는 본사가 있는 스페인 혹은 근방에 위치했다. 대부분 의류회사가 주로 외주를 맡기는 디자인부터 창고관리, 유통과 물류를 직접 운영한다. 공장이 곧 물류센터다. 생산된 셔츠, 스웨터, 드레스가 지하 모노레일을 자동으로 지나 물류센터로 이동하는 데 트랙 길이만 124마일에 달한다고 한다. 근처 협력업체 중 몇몇은 1975년 자라 설립 당시부터 함께 해 손발이 척척 맞는다. 포브스는 이렇듯 수직계열화로 묶인 생산-물류-유통 전략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힘”이라 표현했다.

스페인 내 14개의 자동화 공장이 있다. 24시간 연속 옷감을 커팅하고 염색도 한다. 우선 미완성된 `그레이(Grey) 제품`을 만든다. 그레이 제품이란 마지막 작업으로 변형해 완성시키기 이전의 기본·중간 단계 제품을 의미한다. 일단 많은 중간단계 제품을 만든 후 소량씩 완성해 출고하는 식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마지막 손질을 하는 300개 파트너 네트워크가 있다. 이곳에서 그레이 제품이 의류 상품으로 바뀐다. 이 방식은 생산량을 빠르게 올리면서 며칠 내 상점에 제품을 가져다 놓게 한다. 이 전략을 베낀 일부 미국 업체도 아시아 지역에서 그레이 제품을 만든 후 미주 지역에서 마지막 손질을 한다. 올해 구글과 애플이 미국에서 조립하는 PC·모바일 제품도 이 방식을 쓴다.

◇소비자 반응 수시 수렴…`낡은 IT`로 최고 속도를=소비자 반응을 빠르게 감지에 반영하는 디자인부터 생산, 물류에서 매장까지 2주 내 도달하는 자라의 속도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200명 이상 디자이너가 연 3만개 의류 아이템을 내놓지만 재고 회전율이 업계 평균값의 3~4배인 연 12회 이상이다. 안 팔리는 아이템이 10%에 불과해 의류업계 평균치인 17~20%의 절반 수준이다. 원하는 것을 제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이다.

시장 소비자, 매장과 본사를 잇는 자라만의 소통 방식이 있다. 전용 모바일 단말기를 쓴다. 각 매장 매니저가 단말기로 본사에 직접 주문을 넣고 일주일에 수회 재고·동향 정보를 보낸다. 어떤 옷을 입어본 소비자가 “파란색은 없나요, 난 이 지퍼가 싫어요”라 묻거나 “길이가 짧거나 더 긴 것은 없나요”라 찾으면 스태프는 즉시 정보를 단말기에 입력한다. 각 매장에서 모인 정보는 디자이너에게 실시간 전송되고 즉시 확인한다. 의상의 생산을 위해 디자이너의 창의성보다 매장 매니저와 소비자의 선택을 중요시하는 구조다. 다른 의류기업과 달리 시즌 전 10~15% 디자인만 확정하는 자라만의 특징이다.

판매시점관리(POS) 기기로도 정보를 수집, 구매 정보가 의류 아이템별 판매 순위와 재고 정보로 바뀐다. 이 데이터는 새 스타일을 만들거나 추가 재고를 보내는데 쓰인다. 시스템은 결코 비싸지 않다. 자라가 지금껏 써온 POS 시스템은 심지어 도스(DOS) 기반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일찍이 손을 놓고 지원하지 않는 운용체계(OS)다. 프로세스에 꼭 맞는 제품을 원하는 자라는 상용 소프트웨어 구매 보다 자체 개발을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간단한 기술이 자라를 유명하게 만들고 간단한 연결이 소비자의 요구를 기업 전략과 연결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이렇듯 한주 두 차례씩 소량 제품을 자주 가져다 놓는 자라는 소비자가 `다음 주`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당장 차주엔 제품이 없을지 모르니 매장에 올 때 마다 제품을 사게 만드는 효과도 냈다. 덕분에 자라는 한 소비자가 평균 17번 매장을 들러 경쟁 패션업계 평균인 세 번보다 다섯 배 이상 잦다.

디자인 콜렉션은 `디자이너`가 판단해 결정하기보다 `팀`이 주도권을 쥔다. 팀은 디자이너, 구매 전문가, 제품 개발 인력 등이 포함됐다. 비교적 젊은 디자이너가 다소 적은 수의 샘플을 리뷰하면서 빨리 디자인을 결정해 바꾸는 훈련을 받는다. 개발 속도를 높이고 샘플 수는 최소화한다.

자라 기업 개요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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