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업 발전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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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산업계를 뒤흔들었던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 시행령 제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환경부가 시행령 제정을 위해 꾸린 산·학 전문가 협의체 모임도 이제 한 두 차례만을 남겨 놓고 있다. 이르면 연내 시행령안을 바탕으로 공청회도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연구개발(R&D)을 최대한 보장하는 선에서 규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 제정 직후 쏟아졌던 우려와 달리 절충안을 찾아가고 있어 다행이다. 협의체를 통해서건 환경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서건 이런 소식을 접한 기업들도 안도하는 모습이다. 사실 한국 제조업에서 R&D는 불가능한 것 아니냐부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해야 한다는 걱정까지, 지난 반년 사이 기업들의 불안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화학물질 규제 관련 논쟁이 사그라 들고 있지만, 이제 진짜 혼란을 겪어야 할 때가 왔다. 내년 초 정도에는 하위 법령이 공포되고 오는 2015년부터 당장 시행에 들어간다. 단계적으로 도입하겠지만 1년이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안착시키는 데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제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영세기업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태도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일어난 화학 물질 관련 사고는 법이 허술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 자의건 타의건 원칙을 어기면서 일어난 문제들이다. 규제만 강화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은 이래서 나왔다.

미국·일본·독일의 거대 화학 기업들이 자랑하는 긴 역사의 원동력은 사소한 안전 규칙도 반드시 지킨다는 데에서 나온다.

비록 남들보다 빠른 산업 발전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선진적인 마인드가 전제돼야 하다. 올해 수많은 사고와 규제 도입 과정에서 일어난 혼란은 최소한의 반면교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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