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나 자신과 대화하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은 무엇보다도 자신과의 암묵적 대화 기록이다. 무엇인가를 쓰려면 우선 침묵을 유지하고 고독한 상태에서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을 끄집어내고 가슴 속에 감춰진 느낌을 꺼내는 외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시끄러운 시장바닥에서 받은 느낌, 시장을 관찰하면서 들어온 생각도 도망가기 전에 메모해 놓았다가 당시 상황을 상상해보고, 그때 내가 무엇을 생각했으며 느꼈는지를 바둑의 복기(復棋)처럼 반추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다.
글을 쓰는 과정은 나 자신과의 대화시간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입장에서 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서 상대와 대화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둘째, 쓰면 쓰임이 달라진다.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글로 쓰지 않으면 모래알처럼 여기저기 관념의 파편이나 의미 없는 느낌 조각으로 야적하기 쉽다. 막연한 생각과 느낌도 글로 적는 과정에서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고 조합하며 배열하는 가운데 선명하게 정리된다. 생각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에는 창피하고 부끄럽지만 쓰다 보면 어설픈 글도 서서히 자리를 잡고 이전과 다른 단어가 생각나서 표현방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백지를 놓고 생각을 거듭할수록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말이 되지 않아도 좋다. 무조건 생각나는 대로 써놓고 생각하면 이전의 글보다 훨씬 멋진 문장으로 변해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셋째, 글을 쓰면 생각 근육이 단련된다. 쓰면 이전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똑같은 일을 경험하고도 누군가는 작은 경험에서도 의미심장한 교훈을 이끌어내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하다. 이는 경험한 것을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목격한 사건, 직면한 위기, 봉착한 문제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어휘가 없으면 언제나 늘 쓰는 개념으로 자신의 체험을 틀에 박힌 방식만으로 표현한다.
틀에 박힌 표현은 틀에 박힌 언어선택에서 유래되고, 틀에 박힌 언어선택은 틀에 박힌 생각을 강화시킬 뿐이다.
글을 쓰면 똑같은 일을 체험하고도 다른 언어로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생각 근육이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단련된다. 남다른 생각을 하고 싶은가?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점을 일단 쓰고, 쓴 글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표현을 바꾸려고 애쓰는 가운데 생각의 때는 벗겨지고 생각 근육이 유연해진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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