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처 간 R&D 협력 풀어 낼 `미래부 전략로드맵`

Photo Image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급속한 진화와 시장수요의 변화는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 있어 학계·연구계·산업계 등 각 연구수행주체와 민간, 정부부처들의 협력과 협업을 필수사항으로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부 R&D 투자규모는 선진국 수준에 버금간다. 2013년 규모인 17조1000억원은 20년 전인 1993년 1조2000억원과 비교한다면 15배 증가했다. 2011년 기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5위 수준에 이른다.

사업수행기관도 2001년 4400여개에서 지난해 8200여개로 10여년만에 2배 증가했다. 1982년 과학기술처에서만 수행하던 사업이 정부 R&D사업이 이제 거의 모든 부처가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과학기술 R&D 투자는 경제·산업발전으로 이어져, 1970년대 철강, 1980년대 조선·자동차·반도체, 1990년대 휴대폰 등 시대별 주력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현재도 주요 수출산업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 R&D사업이 규모의 성장에 비해 효율성과 효과가 점점 떨어지고 새 성장동력 창출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R&D 특성이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는 데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역량이 향상되면서 R&D사업도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벤치마킹하던 대상이 사라지고 스스로 도전목표를 설정하다보니 투자위험이 높아졌다. 투자 자체가 대형화되고, 개인의 역량을 넘어 다양한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결해야 하는 집단연구가 일반화되는 등 협업과 융합이 과제로 떠올랐다.

협업과 융합에 대한 요구는 연구자뿐 아니라, R&d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부부처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안타깝게도 아직 정부부처는 일을 함께 하거나 나눠 하는데 익숙하지 않고 각 부서 성과 챙기기에 급급한 경향이 있다. 국가차원의 큰 틀에서 함께 성과를 만드는 데 부족하다.

이는 개별 부처에도 책임이 있지만 협력을 위한 가이드라인, 즉 무엇을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협업·융합하고 역할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7월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통해 경제 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120개 국가전략기술을 발표했다. 이를 효과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종합전략이 필요한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기술로드맵이다. 국가전략기술 중에는 기초·원천에서부터 산업화·사업화까지 전주기에 걸친 것이 많다. 즉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어 한 부처만의 노력만으로 얻어지기 어렵다. 미래부를 이 중 30개를 선정해 내년 2월까지 `국가중점과학기술전략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 전략로드맵은 향후 10년 동안 기술적 확보방안과 개발된 기술의 경제·사회적 활용 및 확산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개선점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와 함께 민간과 정부의 역할, 부처 간 협업과 협력분야를 제시할 계획이다.

전략로드맵은 각 부처에서 추천한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해 개별 부처가 수립한 계획을 반영한다. 또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과학기술전문가, 산업계,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반영한다.

모든 정책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 공감이 필요하다. 전략로드맵이 국민의 공감을 얻는 로드맵으로 성공해 부처 간 협업과 융합의 발판이 되고 과학기술 성과로 이어져 우리나라 성장의 기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조정관 parkhs@msip.go.kr